Who is JI-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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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4 19:53조회 95댓글 2유지한
치직, 치지직ㅡ

분위기도 파악 못하는 저 멍청한 텔레비전 같으니라고. 텔레비전은 기괴한 기계음을 내며 덜컹이고 있었다. 자주 그랬다. 고물 텔레비전, 쓰레기. 그의 집에서 텔레비전은 그런 존재일 뿐이였다.

"왜 저래? 오늘따라 더 저러네."

"글쎄다. 이제 버릴 때가 됐나봐."

"언제 버리나했네! 저딴 고물 집에 둬봤자 뭐 된다고 그렇게 가지고 있었는데?"

"...걔가 사온 거였으니까."

***

어느 날 집에서 말도, 그 어떤 행색도 없이 조용히만 지내던 죽은 동생의 딸이 처음으로 선물이랍시고 낡은 텔레비전을 사왔다. 얼마나 기척이 없었으면 처음 그 모습을 보자마자 속으로 이름이 뭐였지? 하고 생각할 수가 있겠는가.

"...유지한이에요. ...선물...이에요. 오늘, 어버이날."

그렇게만 말하고 지한은 다시 제 방으로 들어갔다. 그게 마지막이였다. 어느날 지한의 방에 들어가보니 지한은 없었고, 그 이후로도 만날 수 없었다. 그게, 지한의 마지막이였다.

***

치직, 칙... 치직.

마침내 텔레비전이 멈추었다. 익숙한 목소리, 아니 어쩌면 한 번밖에 들어보지 못했지만 너무나도 특이해서 뇌리에 박혔던 목소리.
차갑고도 괴로운 목소리. 여리고, 얇고... 지켜줘야 할 것 같지만, 그 누구보다도 단단한 그런 목소리가. 그 목소리를... 다시 듣게 됐다.

"아저씨, 아줌마. 그리고... 이름이 뭐였더라. 아, 그래. 채은이까지. 나, 여기선 행복해요. 하고싶었던 걸 다 하고 살고 있어요. ...글도 써보고 있어요ㅡ. 아, 당신들은 모르죠? 나, 소설작가가 꿈이였어요. 여기가 어디라고 했지? 아, 그래요. 지구. 난 지구에서..."



"꿈을 이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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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지한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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