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봄날, 우리는 담배 연기와 연분홍의 꽃잎이 뒤섞이는 옥상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나는 상처투성이의 네게 사랑에 빠져버렸다.
그래, 나는 병든 자를 사랑한다.
아픔은 살아감의 흔적이고 돋아나는 새살은 생명의 증거라고, 그렇기에 나는 세상의 진리를 사랑할 뿐이라고 말했다. 있어 보이는 말들을 나열한 거짓말. 너는 보도블록의 틈 사이로 힘겹게 자라난 작은 싹을 구두로 꾸욱 밟으며 엷게 미소를 띠었다. 사랑스러운 눈동자를 나에게 맞춘 채, 그저 사랑해 준다면 기뻐, 그런 속삭임을. 나는 말없이 마주 웃어 보였다.
그런 표정은 좋아하지 않는걸.
암흑. 암흑. 암흑. 햇볕. 아침. 온기. 온기. 온기. 피. 피. 피. 열애. 꿈. 암흑.
—그런 날들의 반복에 적응의 생물은 질려있었다. 텅 빈 유리컵에 물을 담아두어도 시간이 흐르면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태어났던 것처럼 느껴지니까. 매일을 어제보다 더 뜨거운 태양을 쬐고, 물 외의 것들을 끊임없이 담으며, 시침과 분침의 이동에 따라 바뀌는 자극. 그것들이 필요했다.
///////// 한결같다. 그런 건 싫어. 달라지지 않은 모습은 뛰던 심장을 식게 하였다. 내가 사랑과 실망을 수백 번 반복하는 동안 그리 멍청하지는 않은 너는 나를 조금 꿰뚫게 된 것일 테다.
드르륵. / 아아,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마니아적인 사랑은 달고 또 달았다. …무엇을 사랑하는 거지?
네 양분이 되는 나의 사랑은 너로부터 만들어진다는 걸, 그 흐름을 이제 완벽하게 깨달은 너. 결핍의 틈을 채우려는 욕구에 나는 이용당하는 것이라 해도 틀리지 않았지만, 끝내 파락하는 것은 내 사랑이 향하는 과녁이니까. 갈증에 눈앞이 깜깜했던 우리에게는 별로 와닿지 않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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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 불꽃 아래에서 수많은 연인들 사이 유일하게 이별을 고했다. 어쩌면 그저 안부였을지도 모르겠지만, 마지막의 카운트다운이 되었기에. 지독한 향냄새가 코끝에 아른거리는 듯했다.
멀쩡한 곳이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의 너는 더 일그러졌다. 그렇기를 몇 번이고 바라왔고, 네 고통이 나의 행복이란 장난스러운 말이 그토록 가슴이 저리고 아름다운지를 깨닫던 나에게 부고란 밉지 않았을 것이라 너는 믿었다. 아마도. 절벽의 날카로운 모서리를 더는 붙잡고 버티기가 버거워서 편히 놓아버리면서도 내게 사랑받기를 갈망했음이 선명히 느껴졌다.
여전히, 나는 병든 자를 사랑한다.
하지만 안식安息은 구원. 도피하는 약자는 병든 것이 아니다. 회복의 과정에서 몸부림치는 생생한 생명을 사랑해.
////////// 남겨진 것에게 이제는 무감정을 말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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