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월10일오전09시10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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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2 16:41조회 32댓글 2depr3ssed
벌써부터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시계를 내려치고는 졸린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몸을 빼냈다.

- 귀찮아…

꿈을 꾸지 않은 탓인지, 잠자리에서 일어나 별다른 감각은 느껴지지 않았다.
혼자뿐인 건조한 아침에 즉석밥을 렌지에 돌리곤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하얗고 얇은 커튼 뒤로 숨겨진, 지금이 새벽 5시인지 날씨가 나쁜 날인지 착각하게 만드는 푸른빛 섞인 회색 하늘을 뒤로하고 벌써 끓기 시작한 물을 컵라면에 부었다.

삐- 하고 세 번 연달아 울리는 렌지의 알림음을 듣고 즉석밥과 수저를 꺼내 조촐한 아침식사를 시작했다.

식물도 동물도 없어서 생명의 온기따윈 느껴지지 않는 무채색의 집에서 오늘도 불이 나간 전구가 되어 살아가길 선택했다.

누군가 나에게 직업을 묻고 취미를 묻는다면 나 그냥 방구석에서 글 끄적이고 있는 시인이올시다라고 답하며 상자 속에 스스로를 넣고 뚜껑을 닫았다.

아무래도 신춘문예도 흔한 공모전 수상 하나도 되지 못한 이름뿐이고 반쪽짜리 글쟁이이지만요.

아스피린 같은 수면제였나 아무튼 나 또한 그런 날개 달고 이상 그리는 이상처럼 되고 싶었을 뿐이다.

변하지 않는 회색빛 세계에서 어떠한 소재를 찾고 기적을 노래하며 내일을 추구한다는 것인가? 이 회색빛 세계에서 추구할 수 있는 건 오늘이라도 살아남는 일이라고 호소해보았자 요즘 세상 사람들에게는 닿지 않는다.

영웅과 빌론으로 나누는 흑백논리와 이분법적 생각은 그 중간의 그레이존에 걸쳐있는 세계를 대변하기에는 너무나 이상하고 절망적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그럼에도 역시, 미래지향적인 인간의 사고로는 오늘 오후를, 내일 오전 12시를, 내일 오후를 기다리게 만들어 버리므로. 오늘도 절망 사이에서 신체반응일지라도 기적을 찾아내고야 만다.

9월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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