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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그레해진 얼굴에 한입 베어문다.
딱딱한 속마음을 흙 속 깊이 심어 둔다.
그들의 얼굴에선 노란 과즙이 턱으로 흘러내린다. 눈꼬리가 올라가 애교살이 퐁실 튀어 올라왔고, 서로를 바라보며 쑥스러운 웃음소리만 남발한다.
과즙에 울어 버린 편지지. 그들의 365일은 온통 복숭아로 쓰였다. 캔버스에 달달한 추억들이 고스란히 남겨졌다. 서로의 어깨를 감싸며 어린아이처럼 순진무구한 피치빛 웃음을 지은 두 사람.
입속에 머금고 있던 복숭아잼은 삼켜도 입안에서 맴돈다. 달큼시큼했던 그들의 사랑. 이제는 서로를 바라보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 다른 애인들을 바라보고 웃으며 그리움을 핥는다. 손가락에 묻은 복숭아잼을 핥는다.
흙 속에 묻어 둔 그들의 씨앗이 어느새 자라나 복숭아로 다시 태어났다. 상태가 안 좋아 보인다. 껍질에서 느껴지는 달콤한 향보다는 꿉꿉한 찌린내가 은은하게 난다. 곳곳은 멍이 들고 갈변되어 간다.
썩어 가는 복숭아를 그는 조심스레 나뭇가지에서 떼어 내어 그대로 한입 베어 물었다. 복숭아 그림이 그려진 종이 한 장을 씹고 있다. 입안에서 꿉꿉한 곰팡이 향이 코끝을 찌른다.
파랗게 물들여진 하늘에 새털구름이 흩뿌려져 있다. 햇살은 복숭아나무를 내리쬐어 그림자를 만들어 냈고, 그는 복숭아를 씹으며 텅 빈 눈으로 멍하니 그림자를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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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hes 큐리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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