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봄, 당신은 별처럼 웃었다》 3화: 죽은 소녀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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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8 08:24조회 5댓글 0EIEI 🫶
〈3화〉죽은 소녀의 이름으로

“...그 이름, 리아나 벨로체는—”
시에른은 한참을 망설였다.
그리고 결국, 아주 천천히 말했다.

“3년 전에 죽었어.”

바람이 멎은 것 같았다.
도서관 창문 틈으로 들어오던 햇빛이 어느새 가려지고, 그림자가 테이블 위를 삼켰다.

리아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눈동자가 서서히 흔들렸고, 입술이 닿을 듯 말 듯 떨렸다.

“…농담…이죠?”

시에른은 고개를 저었다.

“아카데미 비밀연구동 폭발 사건.
그때, 안에 있던 학생 중 한 명이 실종됐고, 공식적으로 ‘사망 처리’됐다.
이름, 리아나 벨로체.
넌 지금, 그 아이와 완전히 같은 이름과 생김새를 가지고 있어.”

리아나는 마치 누군가가 숨통을 끊듯 목을 움켜쥐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누구지?
‘내’ 기억은 진짜일까?
나는 정말… 살아 있는 사람이 맞을까?

“그 아이에 대해 어떻게 알아요?”
“내가, 그 아이의 죽음을 봤거든.”

시아른의 말에 리아나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시아른은 시선을 바닥에 둔 채, 말없이 오래된 고문서를 손끝으로 넘겼다.
그 종이 위, 작은 글씨가 보였다.

기억의 별은 가끔, 시간의 균열을 비춘다.
선택받은 자는 과거의 비극을 다시 보게 된다.

“3년 전, 난 별을 통해 그 장면을 봤어.
아무리 부정해도... 너는, 그 아이와 똑같아. 죽은 아이와.”

리아나는 도서관 밖으로 뛰쳐나왔다.
머리가 아프고, 속이 메스꺼웠다.
누군가가 자신을 조각조각 잘라낸 듯한 기분.

3년 전이라면—
자신은 그 시기의 기억이 흐릿하다.
왜, 어디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자세한 게 없다.

“왜 그 기억이 없지…? 왜...?”

자신의 이름.
리아나 벨로체.

분명 익숙한데, 그 이름을 말할 때마다 어딘가 어색함이 스친다.
마치 배우가 맡은 배역 이름을 말하는 것처럼.

그날 밤, 리아나는 다시 꿈을 꿨다.

이름을 잃어버린 실험실.
희뿌연 연기와 함께 울리는 경보음.
손에 쥐어진 이름표.
그리고 비명.

“그 아이가 실패하면, 이 복제도 폐기해야 합니다.”
“기억 이식은 진행 중입니다. 기다려야 합니다!”
“그 이름은 리아나 벨로체다. 기억해.”

갑자기, 거울 속에 서 있는 자신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피범벅이 된 얼굴로.
그러더니 속삭인다.

“진짜는 죽었어.
나는… 네가 버려진 기억이야.”

퍽—!
리아나는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손이 떨렸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 어떤 위로도, 이 감정을 잡아줄 수 없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다는 공포.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끔찍한 의심.

다음 날.
리아나는 다시 시에른 앞에 섰다.

“만약 내가 진짜… 죽은 아이의 기억을 가진 존재라면,
넌 어떻게 할 거야?”

시아른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잠시 후,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모르겠어.”
“...그럼 나도 아직 모르게 해줘.”
“뭘?”
“내가 누군지.”

그 순간,
멀리서 종이 울리고, 하늘에서 무언가 반짝이며 떨어졌다.
벚꽃보다 투명하고, 별보다 빛나는 조각 하나.

다시—기억의 별이 떨어지는 봄이었다.

✦ 다음 화 예고 ✦

〈4화〉잊어야 하는 이름들
— 누군가가 리아나의 존재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첫 번째로 그녀를 '기억'하는 인물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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