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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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05 12:08•조회 28•댓글 0•유하을
그해 가을에는 비가 자주 내렸다.

사람들은 비가 그치면 맑아질 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비가 그친 뒤에도 젖은 것들은 한동안 젖은 채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죽은 뒤에도 그랬다.

장례를 치르고 집으로 돌아온 날, 나는 현관에 놓인 어머니의 신발을 보았다. 검은색 운동화였다. 뒤꿈치가 조금 닳아 있었고, 끈은 한쪽이 풀려 있었다.

나는 그것을 치우지 못했다.

며칠 동안 그대로 두었다.

아침이면 신발을 피해 나갔고, 밤이면 신발을 피해 들어왔다.

마치 그것을 건드리는 순간 어머니가 정말로 없어진다는 듯이.

가을은 이상하게도 모든 것을 빨리 늙게 했다.

창틀의 먼지도,
나무의 잎도,
사람의 얼굴도.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늘 강을 건넜다.

강변에는 은행나무가 줄지어 서 있었다. 노란 잎들이 바람이 불 때마다 한꺼번에 떨어졌다. 사람들은 그 아래에서 사진을 찍었고, 아이들은 떨어진 잎을 밟으며 웃었다.

나는 그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사람들은 왜 떨어지는 것들을 아름답다고 부를까.

살아 있을 때는 그저 잎이었을 뿐인데.

어느 날, 강가에서 어머니를 닮은 사람을 보았다.

뒷모습이었다.

짧은 머리.
검은 코트.
천천히 걷는 걸음.

나는 그 사람을 따라갔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이름을 부르려다가 멈췄다.

그 사람이 돌아보았을 때, 나는 낯선 여자의 얼굴을 보았다.

여자는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세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고개를 숙였다.

여자의 발밑으로 노란 잎 하나가 떨어졌다.

그 순간 이상하게도 울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내가 그동안 어머니를 기다린 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죽지 않았던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집으로 돌아온 나는 현관에 놓여 있던 운동화를 신발장 안에 넣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문을 닫았다.

신발장 문 하나가 닫혔을 뿐인데 집 안이 너무 조용해졌다.

나는 부엌으로 갔다.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사용했던 컵에 물을 따랐다.

한 모금 마셨다.

물이 너무 차가웠다.

창밖을 보았다.

나무에서는 계속 잎이 떨어지고 있었다.

한 장.
또 한 장.

나는 그 모습을 오래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날은,

떨어지는 잎들이 죽어가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오래 붙잡고 있던 것을

마침내 놓아주는 것처럼 보였다.

그해 가을이 끝난 뒤에도 나는 한동안 어머니를 꿈꾸었다.

꿈속의 어머니는 늘 같은 말을 했다.

"추우니까 들어가."

나는 매번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다 어느 겨울 아침,

꿈에서 깨어난 나는 한참 동안 천장을 바라보다가 아주 작게 말했다.

"응."

아무도 듣지 못했지만,

그 대답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 가을이 왔다.

나는 다시 강으로 갔다.

은행나무 아래에 서서 한참을 기다렸다.

바람이 불었다.

노란 잎 하나가 내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나는 그것을 떼어내지 않았다.

그저 그대로 서 있었다.

이번에는,
떨어지는 것이 꼭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조금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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