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설탕물에 푹 적시고, 크림에는 녹여낸 단 초콜릿을 가득 넣어 섞었다. 빵, 잼, 크림 순서로 반복해 쌓아 올린 케이크 위에 시럽을 뿌렸다. 나는 이것을 사랑이란 이름으로 오랫동안 팔았다. 단 것이 묻어 진득해진 손을 보고 있자니 마치 나도 사랑에 빠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아주 천천히 손을 씻었다.
사랑은 마냥 달기만 하지 않아, 네가 그렇게 말했다. 그날 이후로 케이크를 만들던 내 손이 마냥 찝찝하게만 느껴졌다. 단맛이 적은 크림 위에 다크초콜릿을 얹은, 잼 대신 커피 크림을 넣은, 이전과는 다른 사랑을 팔기 시작했다. 그러나 케이크를 맛본 너는 시시하다는 표정으로 곧 자리를 떴다.
책을 읽었다. 첫사랑은 과일 맛이라나.
흰 생크림 위에 여러 과일을 얹어 어쩌면 조금은 평범한 케이크를 만들어 팔았다. 너는 알록달록한 과일 중 딸기를 하나 콕 집어 입에 넣었다. 굳이 먹지 않아도 아는 맛이라며 처음과 별 차이 없는 케이크를 덩그러니 남겨두고 가버렸다. 남은 것이 아까워 먹을까 했지만, 그냥 버렸다.
한참을 만들고, 만들고, 만들고. 비닐봉지 속에 아무렇게나 뭉개진 남은 케이크 옆에서 빈 접시를 만지작거렸다. 그것을 집어 네게 건넸다.
너는 빈 접시를 하염없이 바라보다 싱긋 미소 지었다. 맞지 않는 그릇에 억지로 눌러 담았던 지금까지의 것들과 달라서 좋다며 내 품에 안겼다. 내 손에 담기에는 사랑이 너무나 거대하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빈 접시를 보고 그 어떤 순간보다 기뻐하는 네가 안타까웠다. 그냥, 다.
너는 먹지 못하는 케이크를 전부 먹어 치웠다. 그리고 아주 다정한 표정으로 날 말없이 응시했다. 아무래도 그건, 빈 접시였을 것이다. 먹고 싶은 걸 먹었으니 이제 괜찮아. 부스러기가 말했다.
다음 날, 너로부터 아마도 케이크, 가 왔다. 케이크가 담긴 항아리는 차갑고 무거웠다. 그동안 네가 그랬듯, 나는 케이크를 남겼다. 한 입도 먹지 않았다. 죽음이란 내 입에 너무 달고, 쓰고, 셔서 도무지 삼킬 수 없었다. 다만 버리지는 않았다. 또 한 번 안타까웠다. 나는 죽음의 앞에선 아무도 저항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사랑보다도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네가 보낸 케이크는 대체 어째서, 지금 나의 손안에 담겨있을까. 뱉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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