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14 21:16•조회 48•댓글 0•단비
#1-1
-"아 왜 안 와 진짜. 오늘따라 왜 이렇게 느리지?"
가현의 혼잣말은 오늘도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로 시작되었다. 학원에, 그것도 첫 수업에 늦게 갈 상황인데 설상가상으로 엘리베이터도 오지 않고 있었다. 조금 더 일찍 나올 걸, 하는 후회로 생각이 가득 찬 가현은 겨우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었다.
•••
-"왜 이렇게 늦게 와? 빨리빨리 다녀라"
단호한 원장 선생님의 말에 가현은 그저 "네..." 하고 강의실로 들어서는 수밖에 없었다.
강의실에 들어서자 가현에게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 느낌이었다. 생동감 넘치고, 소란스럽지만 가현에겐 편안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어 하이"
같이 앉자고 약속까지 한 희연이 다른 친구와 앉아 있는 것을 본 가현은 간단히 인사만 건넸다. 입으로 나오기 직전인 '그럼 그렇지' 라는 말을 애써 삼키며 가현은 옆의 빈자리에 앉으려 돌아섰다.
-"저기...가방 좀"
가현은 후드까지 뒤집어쓰고 누워있는 옆자리 아이에게 말했다.
-"어? 아 응"
전혀 꾸미지 않은 스타일에도 가현은 왜인지 모르게 그 아이가 예뻐보였다. 다른 사람에겐 관심도 없는 것 같은 목소리와 태도가, 다른 사람의 말이라면 뭐든 할 수 있는 가현에겐 그저 멋져 보였다.
-'아 맞다, 화장도 안 고쳤네'
급하게 나오느라 대충 한 화장이 생각난 가현은 그렇게 가방에서 거울과 큼지막한 파우치를 꺼낸 가현은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다.
•••
-"다음 주까지 교재 1과 다 풀어오고, 수고했다."
수업을 끝내는 선생님의 말에 강의실의 학생들은 무언가에 쫓기는 듯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가현은 꺼진 핸드폰을 거울 삼아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며 강의실을 나섰다. 언제 다시 낀건지도 모르게 빨리 가현의 양쪽 귀에는 무선이어폰이 꽂혔다. 유행하는 대중가요를 들으며 가현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
후회만 가득한 가현의 겨울방학은 그렇게 끝났다. 거울만 보며 겨울을 지낸 것 같은 가현에겐 '교과서라도 읽어볼 걸' 하는 후회만 남아있었다.
•••
-"야 박가현!"
교문 앞에 서서 희연을 기다리던 가현에게 희연이 달려오며 외쳤다. 가현은 한쪽의 무선이어폰을 빼며 희연을 향해 돌아보았다.
-"아니 우리 반배정 에바임"
하고 불평하는 가현에게
-"아 그니까. 옆반인데 왜 다른 층이냐고"
라며 희연도 같이 짜증을 냈다.
-"아 몰라, 그냥 가자"
방금 전까지 짜증을 내던 가현이 다시 밝게 웃으며 말했다. 희연도 기분이 좋아진 표정으로 가현의 팔에 팔짱을 끼며 둘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교문에 들어갔다.
_반대가 끌리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