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에도 꽃이 핀다 -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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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30 22:06조회 16댓글 0でㅔちㅣiumシ
옥상에서 바라본 하늘은 지독히 파랬다. 적당히 시원한 바람이 불었고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다른 이들이라면 한없이 기분 좋았겠지만, 수련에겐 그저 귀찮은 날이었다. 수련은 항상 부모님의 꼭두각시였고, 그들이 원하는 행동만을 했다.

수련은 펜을 잡고 생각을 그려 나갔을 때, 비로소 숨을 쉬었다. 수련의 도피처는 항상 종이였고, 펜이었다. 물론 이 짓거리도 6년 전에 그만두었지만. 12살 여름, 수련의 꿈은 짓밟혔다. 부모님은 공부가 가장 쉽다- 며 그림은 포기하라 했고, 수련의 꿈이 아닌, 그들의 희망하는 직업을 내세웠다.

윽-.

옥상을 바라보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넘쳤다. 숨이 막혀왔고 마음이 아팠다. 묵혀왔던 감정을 토해냈다. 괜찮다던 껍데기가 부서졌다. 안 괜찮았다. 적어도 자신이 생각하기엔 그랬다. 그 순간, 누군가가 손수건을 내밀었다.

역시- 시우였다. 어디선가 계속 마주했다. 마치 의도한 것처럼. 그 애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저 조용히 수련의 옆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눈물이 그치고, 둘 사이엔 어색한 침묵이 맴돌았다.

고요하고 맑은 목소리가 귓가에 퍼졌다.
그날 처음으로 수련은 시우의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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