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속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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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3 10:04조회 61댓글 2정탄핵 ( 정윤하 )
어느 오래된 정원, 나무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 아래 나는 서 있었다. 사람들은 봄이 밝고 따뜻한 계절이라고 말하지만, 내게 봄은 그늘 속에서만 존재했다.

예전에, 누군가 내게 물었다. "네가 사랑했던 계절은 언제였어?"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사랑할 계절이 없었다. 아니, 어쩌면 사랑하던 계절이 사라진 것일지도 모른다.

그늘 속의 봄은 조용했다. 햇살은 가지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려 했지만, 나는 손을 뻗어 닿으려 하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익숙함을 느꼈다. 따뜻함이 두려웠다. 떠나가는 것이 너무 익숙해서, 이제는 다가오는 것들이 오히려 낯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꽃 한 송이가 내 앞에 떨어졌다. 바람에 날린 것이었지만, 그것은 마치 내게 다가온 봄의 인사 같았다. 나는 망설이며 꽃을 주워 들었다. 그 순간, 기억 속 깊이 숨겨둔 따뜻한 빛이 서서히 깨어났다.

"봄은 늘 오고 있었어."


그제야 깨달았다. 그늘 속에서도 봄은 머물고 있었고, 나는 그것을 외면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나무 그늘을 벗어나 작은 꽃을 손에 쥐고, 처음으로 따스한 봄바람 속으로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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