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청춘은 마지막 겨울 Ep.1 봄 (3)
설정2025-05-18 17:18•조회 98•댓글 12•다정
잃는게 두려워 도망갔다면 믿어줄까.
아니,
차라리 네가 증오스러워 떠난거라고.
다시 만나게 될 줄 알았더라면
더 모진 단어를 선택할걸.
이렇게 결심해도 결국 보고싶었어.
너무 울었어, 너때문에.
사실 여름이 너무 뜨거워서 울었어.
수영 기록이 더이상 변하지 않아 울었고
코치님에게 혼이 나서 울었고
집에 가는 여름 밤이 쓸쓸해서 울었어.
그냥 그런 여름이라서,
우리의 마지막 계절이었던가.
Ep.1 봄 (3)
차가운 물 속에 숨어버린 나를
01
바보같이 들켜버렸다.
영웅이 되고 싶다던 그 애한테.
- 울어?
- 저리가.
나는 또 너를 밀어냈고 도망쳤다.
마음과 달리 뜨거운 눈물이 뺨을 적시고
입에서는 듣기 싫은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내가 보고 살아온 것 암흑 뿐이었다.
닳은 아버지의 소주를 쥔 손.
나를 훈련장으로 끌고 가는 어머니의 뒷모습.
어렸던 백하얀의 오늘이었고
백하얀의 추락한 과거였다.
그에게 내린 첫번째 빛이, 한유일이었다.
어두웠던 그의 겨울에 피어난 벚꽃.
떠나가는 추위를 영원하는 한유일은
영원한 겨울의 백하얀에게
봄을 심어주었다.
02
키가 큰 백하얀이 부러운 마음에
내심 그에게 항상 도움 받는게 불편했다.
한유일이 잡기에는 높았던 도구가 있었다.
사실 무엇이었는지, 어디에 쓰려고 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백하얀의 도움을 거절하고
힘겹게 손을 뻗어 선반을 잡았다.
연약한 선반은 순식간에 쓰러졌고
백하얀의 목부터 등까지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피어났다.
백하얀은 수영을 그만두어야 했다.
한유일은 키가 자란 이후에도 선반에
손을 올리지 못했다.
03
고통에 몸부림치고 여러 바늘을 꿰고
흉터만 쓰리게 남으니 드는 생각이 있었다.
- 저, 수영 계속 할 수 있어요?
- 당연히 안되죠.
내가 쌓아온 세계는 그것 뿐인데.
나의 빛도, 세상도 모두 거기에 있는데.
백하얀은 창 밖을 보았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겨울은 다시, 찾아오고 있었다.
구원자인 너를,
증오하게 되어 버렸다.
; 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