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가실때는 눈물 한점 흘리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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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30 01:59조회 78댓글 12hxn
새벽에 갑작스러운 전화 소리가 울렸다.

어쩐지 전화를 안하나 했어.

유독 너와 심하게 싸운 오늘,
망설이다 전화를 걸었을 너를 생각하니

피식 하고 웃음이 나온다.

그런데 폰에 적힌 이름은 달랐다.

[ 어머님 ♥ ]

어머님? 이시간에 네가 아니라
왜 네 어머니께서 전화를 거신걸까.

띡 -

- 여보세요?

익숙한 너의 가족의 목소리가 들린다.
울음과 절규. 그리고 ···

- ㅇ,우리,우리ㄸ딸,이,

어머님께 딸은 너 하나뿐일 텐데.
너를 부르며 왜 울고 있을까.

- ㄱ,교통사ㄱ고를,방금,,

교통사고? 무슨일이 일어난걸까.

너는 분명
오늘 일로 나에게 전화를 걸었어야 했다.

애교 섞인 목소리로
나에게 삐졌냐고 물어봤어야 했다.

- 어디세요? 지금, 지금 갈게요.

멀지 않은 병원, 멀지 않은 병실.
그리고 피를 흘린채 누워있는 너.

그날 너는

나를 떠났다.


다음날 바로 장례식이 시작되었다.

혼절하신 네 부모님을 대신해,
내가 모든 지인을 맞아야 했다.

- 어머 ·· 어쩜 좋아 ·· 젊은 나이에 ···
- 하이고 ··· 몹쓸 하늘이 ···

들려오는 탄식들은

너가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정신없이 흘러갔다.

절과 조의금을 받고 방문객을 맞았다.
초에 불을 계속 붙이고 울지도 못했다.

그리고 저녁 9시

지인들이 모두 떠나고 직원들도 없다.

네 사진 아래에 앉으니,
네가 나를 보고 있는 듯 했다.

잠시 미뤄둔 눈물이 쏟아질 줄 알았다.
울음소리에 부모님이 깨실까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나에겐 더이상 울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네 사진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끝없이 너를 그렸다.


당신이 떠날 때에는 눈물 한점
흘리지 않고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내가 뿌린 꽃은 부디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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