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12 16:02•조회 78•댓글 1•sweetpea_ysy
한 사람의 자리가 비어 있다는 사실은,
어쩌면 너무 조용하게 다가온다.
함께했던 시간들은 여전히 이곳에 머무는데,
그 사람만 없다.
익숙했던 공간들, 나란히 걷던 길,
두 개의 발자국 중 하나가 사라졌다는 것.
그 단순한 공백이 마음 깊은 곳을 천천히 갉아먹는다.
영원이라는 단어는 너무 쉽게 쓰였던 것 같다.
'영원히 함께하자'는 약속은,
종종 별다른 의심 없이 입에서 흘러나왔고,
그 말이 무게를 가진다는 걸 알기엔
그땐 너무 따뜻했다.
마치 계절이 영원히 봄일 거라 믿는 아이처럼.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닫는다.
시간은 무정하고, 존재는 유한하며,
약속은 기억 속에서만 살아남는다는 것을.
끝까지 함께하는 것이 영원이라면,
이별 앞에서 멈춘 발걸음은
그 정의 밖에 서 있는 셈이다.
죽음은 정말 사람의 끝인 것인가
숨이 멎고, 몸이 식고, 눈이 감기면
그걸로 모든 것이 끝나버리는 걸까?
하지만 그 사람의 말투, 웃음소리,
작은 버릇 하나까지도 선명히 기억나는데,
그 모든 것이 아직 마음속에 살아 있는데,
과연 그게 끝일 수 있을까.
하루하루를 지나며 문득 떠오르는 기억들,
이름 없는 기도처럼 되뇌는 마음의 속삭임.
어쩌면 영원은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잊히지 않는 감정의 깊이일지도 모른다.
남겨진 자는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
때로는 무너지고, 때로는 웃으며.
그 흔들림조차
그 사람과 나눈 삶의 연장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하루를 더 살아내는 것.
그 사람의 부재 안에서 그 사람을 간직한 채,
고요히 버텨내는 것.
우린 어쩌면 영원을 몰랐던 것일지도 모른다.
시간을 세는 것이 영원이 아니었고,
죽음을 끝이라 믿는 것도 진실은 아니었다.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도, 기억하고. 잊지 않는 것.
그것이, 진정한 영원이었는지도 모른다.
당신의 부재가, 나의 영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