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9 21:58•조회 86•댓글 2•sweetpea_ysy
창문 너머로 봄빛이 흘러들었다.
그 빛은 참으로 조용했고, 따스했고,
무엇보다도 오래된 기억 같았다.
우리는 늘 같은 자리에서 마주 앉았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모든 말을 나누고 있었다.
나는 네 손등을 바라보다 눈을 피했다.
그 사이에 있던 침묵은,
세상의 어떤 소리보다 아름다웠다.
눈동자엔 지나간 계절들이 기억되고 있었다.
그때 우리는 참 많이 웃었다.
아무것도 갖지 못했지만, 모든 걸 가진 것처럼.
시간이란 게 그렇게 잔인한지도 모르고,
우리에게 남은 날들이 생각보다 짧다는 것도 모른 채.
그리고 너는 웃었다.
한없이 조용하게, 그러나 분명히 따뜻하게.
마치 그 웃음 하나면 모든 시간이 괜찮아질 것처럼.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고,
아무도 눈을 먼저 돌리지 않았다.
그때의 우리에게 용서도, 약속도 필요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너 그리고 나.
햇살이 조금 더 기울었고,
너는 조용히 일어났다.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어쩌면, 너도 그랬을 것이다.
창밖의 벚꽃이 흩날렸다.
나는 그것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안녕, 나의 찬란하던 청춘이여.
이제, 너를 놓아주려 한다.
그러니 부디
끝까지 아름다웠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