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16 00:14•조회 33•댓글 0•Y
마지막의 숨이
생명의 동앗줄이
끊어지려던 순간에,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슬퍼하는 그들을,
불타는 저택을 뒤로하고서
한 번의 기회를 더 얻고 싶다고.
전생.
그것이 그저 동화 속의 이야기에 나오는 환상이라고
지금까지 그리 여겨왔건만
정작 죽음 앞에 서니
나도 영락없는 인간이었다.
아아, 신이시여.
보잘 것 없는 인간의 선한 의지를 들여봐주시옵고
그 인간의 선한 마음을 제물삼아
다시 한번 더 기회를 내려주시길.
뚝.
뚝.
뚝.
흘러내리는 눈망울에 기도를 담았다.
눈을 감고 공허 속 잠겨버렸다.
이곳은 어떤 곳일까.
죄를 심판받고 단죄받는 곳일까,
또는 죽음으로 인도하는 곳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기회를 받을 수 있는 곳일까.
* 정해진 수명보다도 일찍 명을 다 한 혼이로군.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째서인지 내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 목소리는 선명하게 들려왔다.
* 원래 이런 혼을 담당하는 건 질색인데.
그 목소리의 주인이 내리는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 뭐, 그러면 네가 직접 말해 보아라.
그러자 입을 막고 있던 무언가가 사라진 기분이 들었다.
* 이곳은 생명을 통찰하는 공간, 이곳으로 오게되는 혼에게 삶을 다시 살아갈 기회를 주는 곳이지.
솔깃하였다.
신이 기도를 들어주었다는 건 다름없으니.
* 그래서, 난 너 같은 혼에게 새 기회를 준다.
* 고통스러웠던, 안쓰러웠던 삶을 다시 살아 바꿔보라는 의미로 말이야.
나는 귀담아 목소리를 들었다.
* 너만 괜찮다면 기회를 주고 싶은데, 살아볼 텐가.
꿀꺽.
침을 삼키곤 입을 열어 말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 좋다.
그러자 공허 속 어두컴컴한 공간 한 가운데에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 원한다면, 살아봐라.
빛은 점점 더 날 감싸안았고
* 그 삶의 불행을
그 빛에 눈 앞이 가려지더니
* 희망으로 바꿔 보아라.
그 장소가 보였다.
* 그럼, 행운을 빌지.
주변을 둘러보자 익숙한 공간임을 알았다.
”돌아왔구나, 아르셀티아!“
모두가 한 마음으로 날 반겨주는 이곳.
어릴 적 살았던 저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