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설정
2025-08-28 20:21조회 37댓글 2시원
무기력하게 새어 나오는 빛을 보고 있었다.

불을 모조리 끈 방 안은 어두컴컴했다. 나는 오늘도 침대에 누워 시간을 낭비하는 중이었다. 방 안은 시계의 초침 소리만이 울릴 뿐이었다.

곧, 요란스레 알람이 울렸다. 나는 겨우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수십 통이 쌓인 부재중 전화와 SNS 알림. 이제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배터리마저 바닥을 보였다. 나는 휴대폰의 전원을 끈 뒤 창가에 있는 꽃병으로 눈길을 옮겼다.

시들어 죽기 직전의 물망초가 등불에 빛났다. 그 애가 준 꽃이건만, 마지막까지 이런 꼴이라니.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실없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내 책상 한편에는 그 애의 사진이 올려져 있었다. 멍청하게도 나는 아직 그 애를 사랑한다.

밤을 지새운 지 며칠째일까, 졸음이 몰려왔다. 빈속에 밀어 넣은 약의 약효는 끝난 지 오래였다. 나를 녹여 집어삼킨 그 애가 보고 싶다. 세상은 무심해서, 그 애가 사라져도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 오래전에 흘린 혈흔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 상처는 항상 같은 자리에 머물고 있었다.

살짝 열린 창문 틈 사이로 바람이 불었다. 창가에 단 커튼은 새벽바람에 흔들렸다. 쓰러져 가는 몸뚱이를 일으켜 물망초의 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꽃을 담가놓은 물은, 불순물이 가득해 탁한 빛을 띠고있었다. 꽃병을 집어 들려 했지만 내 손안에서 미끄러져 산산이 부서졌다. 조그마한 유리 파편들은 내 살 깊숙이 박혔다.

울음 따윈 잊은 지 오래였다. 피가 묻은 손끝에서 남아있던 마지막 온기가 빠져나갔다. 더 이상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나는 그대로 거대한 어둠에 집어삼켜졌다. 빠져나오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 되풀이할 아픔이라면 차라리 영원히 갇히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에.

그 애가 없는 내 세상은 존재할 이유도 의미도 없었다. 손에는 이미 시들어버린 물망초를 손에 쥐었다. 이제 나에게 남은 여명은 없을 전망이었다.

해는 또다시 떠올랐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ㅂ..별론가요 ㅜㅜ
https://curious.quizby.me/Siw
댓글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