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너를 마주한 순간, 나는 내 삶이 얼마나 무채색의 지루한 연속이었는지를 깨달았다.
너는 어떤 치장도 두르지 않았는데도, 한 줄기 빛의 궤적처럼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세계를 환히 물들이고 있었다.
사람들 속에 스며 있으면서도, 동시에 현실과는 어딘가 어긋난 듯한 투명한 기운을 두르고 있었지. 나는 시선을 돌리고 싶으면서도 끝내 너를 잃을까 두려워, 그 자리에 붙박인 듯 너만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알고 있었다. 이토록 눈부신 존재는 오래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찬란한 것일수록 덧없고, 꽃은 가장 절정의 순간에 시드는 법이었다.
그 운명을 본능처럼 예감했기에, 너와의 모든 순간이 나를 웃음짓게 하면서도 막연한 공허 속으로 집어넣었다.

우리가 나눈 대화는 지극히 짧았다. 스쳐 지나가는 인사, 가벼운 웃음. 하지만 그 몇 마디가 내 세계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네가 웃을 때면 현실이 균열 나듯 흔들렸고, 혹여 내 손끝이라도 네게 닿는다면, 너는 나비의 날개처럼 연약한 흔적만 남기고 허공으로 흩어져 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다가가면서도 머뭇거렸고, 붙잡고 싶으면서도 차마 손을 내밀지 못했다. 너를 잃을까 두려워하면서, 그 두려움에 스스로를 가두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역설 속에 갇혀 있었다.

밤이 깊어질수록 불안은 오히려 선명해졌다.
혹시 너는 꿈의 파편이 아닐까, 아침이 밝으면 이 모든 것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나는 너를 품으려 안간힘을 쓰면서도,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모래의 감각을 느끼며 절망했다.

결국 나는 기도하듯 곁에 있어달라는 말을 하고야 말았지. 내 목소리는 사랑의 고백이라기보다, 절실한 구원 요청에 더 가까웠다.
너는 대답 대신 잔잔한 미소를 지었고, 그 미소는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더 큰 공포를 내 안에 심었다.
그 순간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예감이, 숨결처럼 차가운 그림자를 드리웠기 때문이다.

너는 여전히 눈앞에 있었으나, 내 시선 속에서 너의 형체는 반쯤 투명하게 흩어져 가는 듯 보였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너를 향한 사랑이란 소유가 아니라, 끊임없이 잃을까 두려워 쫓아가는 것, 끝내 닿을 수 없는 환영을 향해 손을 뻗는 간절함임을.

그리고 나는 여전히 너를 향해 손을 내민다.
부서질까 두렵고, 사라질까 무서우면서도, 너라는 빛을 잃는 순간 나 또한 함께 소멸할 것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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