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2 23:57•조회 53•댓글 1•sweetpea_ysy
이따금, 무한히 확장되는 청회색 파면 위로
반짝이던 감정의 파편들이 밀물처럼 쏟아졌고,
나는 그 안에 투영된 너의 심상의 언저리를
조심스럽게 맴돌았다.
꿈은 기억보다 느슨하고,
기억은 꿈보다 날카로워서,
우리는 서로를 가늠할 수 없었다.
비어 있는 언어는 의미를 가지지 않지만,
말해지지 않은 말은 의미를 초과한다.
침묵이 침묵을 감싸는 순간,
그 고요는 하나의 우주를 삼킨다.
나는 그 무중력 속에서 네 감각의 입자들을 더듬으며,
네 안개 속을 항해했다.
시간은 반쯤 녹은 결정처럼 흐릿했고,
나는 네 의식의 얕은 수면 아래서
끊임없이 미끄러졌다.
단어는 증발했고, 의미는 응결했다.
고장난 시계처럼 반복되는 풍경 사이로,
익숙하지만 도달할 수 없는 구조의 틈에서,
나는 네 꿈의 뒷면을 바라보았다.
의미화되지 않은 감정의 편린들이
비의 기호처럼 흩날리는 밤,
너라는 존재는 형체 없는 잔향으로만 남았다.
그 잔향 속에서,
나는 끝끝내 하나의 문장을 찾지 못했다.
그러니까,
나는 아직도 너를
발화하지 못한 문장으로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