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청춘은 마지막 겨울 Ep.1 봄 (4)

설정
2025-05-23 16:59조회 98댓글 8다정
사계절은 결국 다시 돌아온다.

뜨거운 여름 하늘도, 차가운 겨울 입김도,
꽃이 지고 낙엽이 사라질 때 본명 돌아온다.

하지만 다시 찾아온 여름.

너는 돌아오지 않았다.

영원한 여름을 갈망하던 나에게는
푸른 물이 잠식될 뿐이었다.

나에게 넌 구원이었는데
너에게 난 증오였을까.

다정한 가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Ep.1 봄 (4)

나를 스쳐 지나가도 울지 않고 싶어


01

너를 다시 만나게 된 건,
야속하게도 늦겨울이었다.

너는 네 친구들 사이에서 예전처럼
환하게 웃고 있었고
나는 그 틈으로 바라만 보았다.

너의 4번의 여름은 어떻게 지나갔을까
너의 4번의 겨울은 어땠을까

이제 너는,

내가 헤아릴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우리의 여름의 청춘은 부서졌고
차갑게 흩어져 있는 탓에.

교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네가 있었다.

너도 나를 보았고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못 알아본 걸까?

나에게 넌 구원이었고 세상이었다.
너에게 난 무엇이었을까.

고작 스쳐간 영웅이었나.

너는 나의 어떤 모습을 보고
나에게 영웅이라는 과분한 말을 붙였는가.

이제 내가 할 수 있는건
나 또한 고개를 돌리는 것 뿐이었다.


02

여름밤의 시원한 공기도

피어난 꽃의 향기들도

우리에게 피었던 푸르던 하늘도

나는 다 기억하는데.

내 등에 남은 상처처럼 아물어버린
하지만 붉은 흉터가 남은,

아프던 여름이었다.

시린 밤이 지나도 네 옆에 있겠다고
너와 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영원한 영웅이 되겠다고.

우리 함께 영웅이 되자고.

이제는 이름도 모르는 꽃의 꽃말처럼
조용히 그대의 기억에만 남았다.


03

네가 돌아서서 자리에 앉으고
그제서야 나는 너를 바라보았다.

내가 물 속에서 그렇게나 기다린 뒷모습.

너의 목에 시선이 갔다.
저 속에는 내가 그은 상처가 있다.

너의 여름을 박살낸 상처.

이제 봄은 다가오고 있었다.

- 뭐야, 너 쟤 알아?
강서진의 물음이 귓가에 맴돌았다.

- 아니.
거짓말을 해버렸다.

곧 다가올 벚꽃의 향이 기다려졌다.

그때가 되면
넌 내가 아는 사람이 될까?

playlist
너드커낵션 - 좋은밤 좋은꿈


; 다정
Image 1
댓글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