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간 봄이라면 차라리 날 죽여줘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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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30 11:41조회 75댓글 8hxn
네게 변했다는 말을 듣고는

나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무슨 생각으로 집으로 왔는지도 모른채
그냥 바닥에 주저 앉아 버렸다.

그리고 내가 너에게 했던 말들이
돌아오는 부메랑처럼

다시, 모두 떠올랐다.

- 아무리 조별과제라도 남자 집 아니야?
- 너 원래 이렇게 토 안달았잖아.

- 왜 이렇게 변했어?

웅웅거리며 그 말을 들은 너의 표정과
오늘 네가 나에게 한 말들이

수면 위로 치솟는 파도처럼
위협적으로 나를 덮치려 든다.

우리가 함께한 여름은,

시원하고 푸른 바다였는데.

너에게 나는 이런 파도처럼 느껴진걸까?
그렇다면 ···

머리가 울리는 느낌이다.

비슷한 이야기를 2개 읽은 기분이었다.

처음 하나를 읽었을 때 행복했지만
비슷한 하나를 읽으니

거북했다.

처음 널 가졌다는 그 만족감은 사라지고
상한 음식을 먹은

울렁거림만 느껴질 뿐이었다.

이런 생각을 계속하니 정말
먹은것도 없는데 속이 울렁거리는 기분이다.

차가워짐과 뜨거워짐을 반복하는 몸을,
두통이 오는 머리를.

약도 한알 먹지 않은 채

침대로 던져 버렸다.

밖에 나가지 않았다.
학점은 이미 포기한지 오래였다.

하루종일 너의 말을 떠올리고
열이 올라 정신이 없어지면 울며 빌었다.

미안하다고.

너가 이 모습을 보면 어떤 반응일까.

그래, 꽤 볼만 하겠지.

자기를 괴롭히던 사람이,
네 한마디에 완전히 무너져 버렸으니.

우리 사이가 반복되는 느낌이었다.
너가 없으니 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네가 있었다면 털고 일어날 수 있을텐데.

마치 가로등이 없는 길을 걷는 느낌,
춥고 어두워서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너에게.

오한은 계속 찾아오고

일어서기만 하면 어지러워서
결국 다시 주저앉아 버린다.

몸이 말라가는게 느껴져, 자기야.

네가 없어서 너무 아파.


집에 친구가 방문했다.
이런 나에게 과분할 정도로 호구인 친구.

- 야! 너 뭐야? 괜찮아?

과거에 내가 너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 왜그래, 정신차려!
- 헉! 119 번호가 뭐였지?!

다 알고 있으면서.

나는 피식 웃으면서 친구의 폰을 빼앗아,
스스로 119를 눌렀다.


인생 처음 받아보는 정밀 검사였다.

시끄러운 기계소리와 불빛.

검사가 끝난 뒤,
난 의사와 마주 앉았다.

♫ 줍에이 -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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