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청춘은 마지막 겨울 Ep.1 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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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0 11:01조회 95댓글 4다정
When I walk in the winter.

창문 너머로 네가 내린다.

하얀 눈이 세상을 덮었고
없었다는 듯 녹아 사라진다.

그리고 봄이 내린다.

다시 보지 못할 네가 내린다.

눈이 녹아 사라지듯 너도 사라졌지만,

차가운 한기만 나에게 남아서
네가 있었다는 걸 시리게 알려준다.

나는 아직 눈을 감으면
예쁘게 웃던 네가 생각나는데.

나에게 너는 지울수 없는 행복을 쥐어주고

나의 계절에서 지워져 버렸다.


Ep. 1 봄 (1)

사라지는 모든 봄에게 이 사랑을


아직 조금 쌀쌀한 듯 시린 바람

꽁꽁 얼어 멈춘 청춘이 다시 깨어나고

조금의 설렘과 불안을 담은 저녁 노을

하늘 아래, 봄이 찾아왔다.


학생들로 가득한 거리에서 홀로 걷고 있는
한유일이, 걸어 오고 있다.

작은 불안을 안은 채 연 교실 문 뒤로는
조용한 속닥거림과 웃음들이

그녀를 마주했다.


불편한 침대, 불편한 공기.
목까지 오는 검정 티셔츠 위에 걸친 흰 셔츠,

가리기 급한 추락한 과거들이,
그의 몸을 도배하고 있었다.

백하얀의 눈물은, 그렇게 흘렀다.


가방 구석에는 아직도 추억이 남아 있고
그의 집은 아직도 비어 있었다.

살아 남기에 급한 계절이,

강서진의 계절이, 이제야 오고 있었다.


한유일은 교실 안을 본 뒤
문 앞에 붙은 표지판을 다시 확인했다.

[ 1 - 2 ]

알맞은 교실을 찾아온 걸 확인한 뒤,

교실 창가에 앉아 밖을 바라보았다.

등교하는 학생들 중에는,
아는 얼굴도 보였고 초면인 얼굴도 보였다.

그중 단연 눈에 들어온 건
핑크색 가방을 든 서하원이었다.

도화살이 있다고 소문난 서하원은,

이미 소문의 중심에 있었다.

남이 매고 있다면 위화감이 드는 핑크색이,
서하원에게는 당연하다는 듯 걸쳐 있었다.

이후에 더 바라보다가
옆자리에 누군가 앉을 즈음 고개를 돌렸다.

강서진이었다.

-왜 그렇게 봐, 여기 자리 있어?

고개를 저으면서도 의문이 들었다.
얘가 왜 내 옆에 앉는걸까.

강서진도 이미 유명한 사람이었다.

연습생이라는 둥, 재벌이라는 둥,
별 소문이 돌았지만
막상 보니 그닥 특별하진 않았다.

다시 밖을 보니 백하얀이 등교하고 있었다.

같이 수영을 준비하던 걔였다.

여전히 목을 가리고 있었고
여전히 나를 많이 넘어서는 키였다.

3반이라는 소문을 듣기는 했지만
막상 마주한다면

나는 억지로 웃음을 지을수도 없을 것 같다.

나는 너에게 웃어서는 안되니까.


우리의 차가운 봄은 그렇게 내리고 있었다.

벚꽃이 피어나기 전 설렘은
여전히 우리에게 사치였을 뿐이다.

한유일

백하얀

강서진

서하원


_ 그대의 사치는 충분히 다정하길 바라며

; 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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