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걸 단 한번도 눈으로 본 적 없는 나는
누구보다 쉽게 살인자가 되었다.
• • •
오늘의 전반부는 어쩌면 평범한 하루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오늘의 후반부는 내 인생을 바꿨다.
오늘도 어김없이 형을 찾아갔다.
형은 나에게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인 사람이기에, 문제가 생기면 당연하게 형을 찾는다.
매일 눌러 지문자국이 선명한 도어락을 열고,
형의 집에 한발작 내딛는다.
마치 집에 온 것 같은 편한함.
집으로 들어와 형을 찾는다.
집안이 조금 고요하다.
형은 내가 오면 항상 나를 반겨줬다.
오늘은 그런 형이 보이지 않는다.
외출을 한 것 일까?
혼자 서 생각을 하고 있던 순간 형의 방에서 소리가 들린다. 나는 형의 방으로 한발짝 한발짝 다가갔다.
그리고 문을 열기 위해 문고리를 잡았다.
그때 방 안에서 소리가 들린다.
- 오빠, 오늘 누구 온다고 하지 않았어?
이게 뭔가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 응? 아마 오후 되서나 올거야.
- 누가 오는데?
- 어, 나랑 친한 동생
나는 그 말을 듣고 문을 벌컥 열었다.
형과 처음보는 여자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 형.. 지금 뭐해?
- 아 뭐야 왜 지금 와. 여친 있다고. 아 밖에서 기다려
형은 너무 태연하게 여친의 존재를 말했다.
그 순간 난 어떤 한 감정이 차올랐다.
형에겐 나밖에 없을 줄 알았는데
나에겐 형 뿐이었는데
형에겐 다른 여자가 있다.
- 형 왜 다른 여자랑 같이 있어?
- 응? 그게 뭔..
나는 형이 말을 마치기 전 뾰족한 칼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보란듯이 형에게 칼을 가했다.
내가 칼을 빼들자 형의 여자는 현관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제 형과 나 단둘뿐이다.
이제 되었다.
여자를 밀어냈으니 형은 항상 그랬듯이 나를 바라볼 것 이다. 그럼 형과 난 항상 그랬듯 달큰한 말을 주고 받겠지. 이제 칼을 집어넣고..
- 야. 너 뭐야? 미쳤어?
형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이지?
형은 당연히 좋아할 줄 알았다. 형이 좋아하는 나와 함께니깐 다른 불순물은 없다. 오로지 둘뿐이다.
- 형, 우리 둘밖에 없잖아. 항상 그랬듯 이야기나 나누자고. 내가 형 좋아하는 거 알잖아. 그치?
- 뭔 개소리야 미쳤어? 칼은 뭐야? 내가 널 좋아해? 왜?
난 형의 그 말을 듣고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다.
중력이 사라지며 지구의 공전이 멈추는 느낌.
내 머리속의 큰 우주가 충돌한 이 느낌
형이 날 싫어한다고? 날 왜 좋아하지 않지?
난 형을 좋아하는데? 아니 사랑하는데?
형 우리 좋았잖아? 둘이 함께였잖아?
난 형에게서 나온 배신감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칼을 빼 들었다.
- 야 미친놈아 칼 치우라..
칼을 빼들고 형을 썰었다.
누군가가 죽는걸 본 적이 없다.
누구를 죽여본 적은 당연히 있을리가 없고.
사람이 죽었다.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만이 남고 세상이 조용해진다.
뜨거운 형의 몸이 차갑게 식어가고, 서늘해졌다.
비릿하면서 달콤한 피비릿내가 진동하고
난 두려움 대신 희미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 형. 그니깐 날 사랑했어야지
_________________
@UX2mau
@유마유
✏️ 죽음은 별로 먼 곳에 있지 않을지도.
🗒️ 제가 처음으로 BL+죽음 느낌의 소설을 써봤습니다.. 진짜로 제가 보기에 마음에 안들어서 올리지 말까 하다가 조심스래 올려봅니다🥺 너무 심한 비난은 하지 말아주세요..!! 다음엔 꼭 청춘물로 돌아옵니다..
🤍 유마유 큐리어스
https://curious.quizby.me/ZFE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