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0 20:21•조회 71•댓글 2•Ooㄴーろㅏl
안녕, 지금 내 일기를 보는 누군가?
나는 해파리야. 그래, 네가 아는 푸르고 젤리처럼 생긴 해파리 말이야.
이걸 왜 보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그건 내가 모르는 미지의 영역에 있겠지. 안 그래?
흠흠, 어쨌든. 내가 이걸 쓰는 이유는 단지 너와 대화하기 위해서야.
그보다 오늘은 어땠어? 나는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다가 하루가 다 지나가버렸지 뭐야. 정말 역겨운 하루였어.
근데 그거 알아? 너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싫은 일을 매일같이 하고 있다는걸.
너무 싫어. 정말 지긋지긋하고 역겹고, 추해. 오죽하다 싶으면 내 동료들은 다 떠나고 지금은 생사도 모르는걸.
나도 나가고 싶어. 그러고 싶은데, 나가면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겠어. 그래서 무서워.
여긴 너무 어둡고, 차갑고, 또 ··· 온통 푸르거든. 빛의 차이로만 낮인지 밤인지 구분이 돼. 다 푸르거든.
이 푸른색을 더 이상 보기 싫은데, 나가면 어떤 세상이 있을지 몰라서 두려워. 네가 날 좀 꺼내줄래?
아, 너는 인간이지. 날 꺼내려면 독을 참고 내 촉수를 붙잡아야 할 거야.
너는 그러지 못하겠지. 아니, 못해.
나가고 싶어. 너무. 아주. 많이.
이 고통이 기회일까 시련일까. 나 모르겠어, 도와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