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수는 밤새 꿈에서 깨어나며 혼란스러움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가 민재를 찾으려 했던 이유는, 단지 죽은 형을 그리워해서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뭔가 더 깊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였다. 그는 가슴 깊이 불안감을 느꼈다. 민재의 죽음이 그저 사고가 아니었음을 직감한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추적하던 사건 속에서 무언가 끊임없이 그를 놓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정한수는 집을 나서며 이번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점점 더 그것은 자신을 쫓아오는 미로처럼 느껴졌다. 그가 가는 길마다, 또 다른 진실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민재의 죽음과 관련된 사건을 파고들수록, 정한수는 자신이 이 사건의 피해자가 아니라 그 사건 속에 갇힌 존재라는 사실을 점차 깨닫게 되었다.
그날 오후, 정한수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민재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풀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운, 마치 진실을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민재는 죽은 게 아니야. 그는 아직 살아 있어."
이 말을 들은 순간, 정한수의 머릿속은 혼란에 빠졌다. 민재가 죽었다고 믿고 있었던 그는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너무나도 확신에 찬, 그리고 진지한 듯했다.
"너는 그가 죽었다고 믿고 있겠지만, 그건 네가 기억 속에서 만들어낸 것일 뿐이야. 민재는 네 내면에서 계속 살아있는 거야."
정한수는 목소리의 소유자에게 이리저리 물었다. “어떻게 그걸 알 수 있죠? 민재가 죽은 걸 내가 본 게 맞잖아요. 그가 사고로 죽었고, 그가 남긴 흔적은 내게 너무나 뚜렷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하지만 그 사람은 냉정하게 말했다.
"그가 죽었다고 믿는 순간부터, 그는 네 안에서만 존재하게 된 거야. 민재는 네가 만든 존재일지도 몰라."
정한수는 기가 막혀 말을 잇지 못했다. 민재가 그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존재라고?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는 분명히 민재가 살아있었고, 그를 구하려 했던 기억이 너무 선명했다. 하지만 전화를 끊고 나서, 그날 밤 다시 한 번 꿈속에서 민재를 만난 순간, 모든 것이 어지러워졌다.
그는 민재에게 물었다.
"너는 누구지? 내가 기억하는 너는 진짜 너인가, 아니면 내 머릿속의 환상일 뿐인가?"
민재는 조용히 대답했다.
"나도 잘 모르겠어. 네가 만들어낸 것일지도, 혹은 내가 네가 만든 기억 속에 갇혀 있는 존재일지도."
정한수는 미친 듯이 눈을 떴다. 그가 고백할 수밖에 없었다. 민재가 죽었다고 믿었던 그 기억은 사실 그의 상상 속에서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그가 꿈속에서 민재를 만날 때마다 점점 더 깨달았다.
그의 삶은 이제 깨져버린 유리조각처럼,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민재를 찾고 있었던 그는 결국 그 자신을 찾고 있었다는 사실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정한수는 어느 카페에서 다시 한 번 민재를 본 것 같았다. 아니, 그가 보고 있는 민재는 분명히 ‘그’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민재는 마치 다른 누군가처럼, 얼굴도 모호하고, 목소리도 낯설었다. 그것은 무언가 다르다는 강렬한 직감이었다.
그는 그날 밤, 자기 자신을 찾아가기 위한 여정을 결심했다. 그는 그저 민재를 찾는 것이 아니라, 그가 상상 속에서 만든 민재의 존재와 싸워야 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