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4 22:28조회 103댓글 1sweetpea_ysy
물이 천천히 몸을 삼켜갈 때,
그저 가만히 있었다.
차갑지도, 아프지도 않았다.
오히려 조용했다.
자신을 둘러싼 세상의 소음이
모두 멈춰버린 것 같았다.
그 속에서야 비로소
무언가가 흐르는 게 느껴졌다.

멀리서 소리가 들렸지만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게 누구든 상관없었다.
움직일 이유도, 이유가 되어줄 감정도
이젠 없었다.
그저, 이제, 모든 것이 멈췄으면 하는
간절함 하나만 있었다.

좁은 공간 안에서
시간이 멈춘 듯 머물렀다.
창밖은 환했지만,
그 빛이 닿지 않는 구석에 웅크려 있었다.
몸은 떨리지 않았지만
마음이 계속 부서지고 있었다.
조용히, 끊임없이, 조각나고 있었다.

죽은 무언가를 바라보았다.
움직이지 않고, 말도 하지 않는 그 존재가
처음으로 자신과 닮아 보였다.
그냥 그렇게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손등 위로 무언가가 기어갔다.
눈을 깜빡이지 않고 바라봤다.
그건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 있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지금의 자신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만이 확실했다.

내가 점점 더 희미해졌다.

정말,

아무도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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