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새벽.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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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26 19:56조회 58댓글 1Ooㄴーろㅏl
슬슬 학생들이 공부에 발을 처음 들이는 나이, 11살. 나와 새벽이는 둘도 없던 친구였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과 알던 사이라 더욱 끈끈해졌던 것 같다. 같은 유치원에서 같은 수업을 들어도 지루해 하는 아이들 속 항상 웃던 우리, 초등학교에 올라와서도 단 둘이 다녔던 터라 비록 둘 뿐이였어도 남들 부럽지 않게 다녔다. 한 번은 ···

“야 쟤네 커플 아니야?”

“에이, 그래도 둘은 소꿉 친구라는데?”

라는 식으로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그러나 아랑곳 하지 않고 우리는 우리의 방식대로 살아왔다. 새벽이가 이사 가기 전 까진.

“새벽아 ··· 우리 중학생 되면 ··· 다시 만나는거야!”

“응! ··· 반드시 1지망은 ‘백화 중학교’로 하는 거야 ··· !”

그때의 눈물을 잊지 못한 채 남은 1년을 버텼다. 하지만 그때 지망에 떨어져 버려서 ‘온산 여자 중학교’에 가버리게 됐었다. 그래서 엄청 실망했겠지, 하며 혼자 6년을 견뎌왔다. 그리고 지금은 ‘백화 고등학교’ 1학년. 평소처럼 새벽에 나와 바람 한번 쐬다가 3년도 넘게 헤어졌었던 소꿉친구랑 재회한 것이다.

· · ·

잊고 지냈었다. 내가 왜 매일 새벽마다 배롱나무 앞에 나왔었는지. 배롱나무의 꽃말은 ‘떠나간 친구에 대한 회상’이라 했었나. 매일같이 공원에 나와 생각을 정리하던 시간으로 바뀐 지는 얼마나 지난 거지? 그래, 나는 그를 회상하려고 매일같이 나왔던 것이었다.

“너 ··· 너가 그 한새벽이라고?”

“응, 넌 근데 변한 거 하나 없더라 ···.”

“그럼, 처음부터 나인걸 알았던 거야?”

“응, 그래서 장난 좀 쳤지 ㅋㅋㅋㅋ.”

그래서 아까 전에 ‘엮이기 싫으면 말하지 마요’라고 하던 이유가 이거였었구먼 ···.

“이름 듣고 살짝 떠오르긴 했었는데, 세월은 세월인가 봐. 얼굴이 기억 안 나는 거 있지?”

“헉, 너 설마 나를 잊은 건 아니겠지?”

오랜만에 봤다고 장난치기는.

“내가 널 잊었겠어? 참으로 그러겠다.”

“ㅋㅋㅋㅋ. 근데 넌 왜 여기에 있던 거야?”

엥? 이 녀석 또 장난칠려 그러나 ···.

“아까 질문했던 건 장난이 아니라 진짜 궁금해서 물었던 건데. 정말로.”

헉, 장난이 아니었다니. 의외로 진지한 면도 있었구나.

“엄 ···. 조-금 복잡한데.”

“그래도, 궁금한 건 못 참는지라. 얼른 얘기해 줘!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도 궁금하고~.”

“나? 음 ···.”

잠시 고민하다 입을 땠다.

“··· 너만 생각하며 살아왔어.”

“헐, 거짓말 ···.”

그 말에 나는 피식- , 웃음이 나왔다. 새벽이도 덩달아 웃었다. 그 뒤로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으며 남은 새벽을 보냈다. 그동안 못 만났던 시간까지 써가면서.

새벽은 변한 게 없었지만, 오늘 단 하루. 하루만 유독 푸르게 빛난 새벽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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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 : 떠나간 친구에 대한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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