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8 11:36•조회 86•댓글 0•sweetpea_ysy
언젠가 올 거라 믿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기적처럼, 운명처럼, 마치 정해진 약속처럼.
그러나 그것들은 오지 않았다.
길을 헤매다 잠시 멈춘 바람처럼,
지나가야 할 시간처럼,
아무 일도 없이 흘러갔다.
마음 한구석에는 늘 빈자리가 있었다.
누군가 앉기로 되어 있었던 의자,
한 마디 말이 놓여야 했던 책상 위,
손에 쥐어져야 했던 온기.
그 자리를 위해 준비했던 모든 감정은,
결국 쓸모 없는 예행연습이 되었다.
기다림은 그렇게 사람을 조용히 망가뜨린다.
소리 없이 무너지는 것들처럼,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속은 이미 무수한 “아직”들과
“언젠가”들로 갈라져 있다.
오늘도 그 틈을 메우기 위해, 또 다른 상상을 꺼낸다.
만약 그날, 그 계절에 그 길을 걸었다면.
만약 그 말이 전해졌다면.
만약 그 눈빛이 닿았다면.
아무도 묻지 않은 물음표들이 가슴 안을 맴돈다.
답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사라지지 않는 상념은 마치 그림자처럼 뒤따른다.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오지 않은 순간들을 괴로워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미 지나간 일보다,
오지 않은 일들이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잃은 것보다 갖지 못한 것들이 더 아프다.
사랑하지 못한 사랑이 가장 찬란하고,
시작되지 않은 이야기가 가장 아름답다.
그래서 끝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건 슬픔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다.
움켜쥐지 못한 마음들이 천천히 흩어진다.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바라보지 못한 눈동자들이 가만히 식어간다.
기회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어김없이 오늘이 온다.
다시, 아무것도 오지 않는 오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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