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의 부탁과 명령, 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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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5 21:06조회 65댓글 1Ooㄴーろㅏl
어김없이 달빛이 비치는 바다 위에 떠있는 해파리.
이제 막 내일을 맞이할 준비를 할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해파리는 천적에게 먹혀 영양분이 되지 않는 이상, 스스로 죽을 방법이 없다는 걸.
하지만 그 생각을 뒤로 한 채 잠자리에 들려고 하자,
필연처럼 갑작스레 천적이 나타났다.
당황한 해파리의 가족들과 해파리는 물을 헤집으며 천적에게서 벗어나려고 했다.
하나, 둘 씩 천적의 입 속으로 들어가며 영양분이 되는 모습이 해파리의 눈에 들어갔다.
심장도 없는 해파리가, 왠지 모르게 심장이 아파지는 기분이 들었다. 해파리는 마음속에서 되새겼다.
엄마, 아빠, 미안해. 내가 돌아오기 전까지 살아줘.
아니, 살아. 살아'줘'가 아니고, 꼭 살아.
이건 부탁이 아니야, 간절도 아니고, 생명에 대한 명령이야. 살아. 살아야 해.
해파리는 믿었다. 부모님은 해파리를 위해, 아니. 해파리를 위해서가 아니라도 꼭 살아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해파리의 잔해들은 그 믿음을 부수었다.
해파리는 충동적으로 생각했다.
나도 영양분이 되어 평생 부모님 곁에서 살까?
부모님과 멀어지기 싫은데.
그런데, 저 천적 자식들의 영양분이 되기도 싫어.
미안해, 엄마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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