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14 18:53조회 51댓글 2sweetpea_ysy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길이 길을 삼켜버릴 때,
그제야 걷는다는 감각만이 남는다.

처음에는 단지 도달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무언가에, 누군가에, 혹은 스스로에게.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목적은 흐려지고,

이동 그 자체가 목적이 되었다.

누군가는 그걸 미련이라 불렀고,
누군가는 집착이라 말했다.
그러나 그 마음 안에는

멈추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가 숨어 있었다.

때로는 갈 수 있는 만큼 가보아야
비로소 멈춰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장 끝은 언제나 조용하다.
사람도, 소리도, 이유도 사라지고
남는 건 오직 숨소리 하나.

그토록 시끄러웠던 세상이
문득 자신 안으로 접히는 순간이 온다.

그곳에서야 비로소 묻지 않게 된다.
왜 여기까지 왔는지,
그동안 무엇을 얻었는지.

오직 하나,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만이
존재를 증명한다.

가는 길이 정답이 아니어도 좋다.

결국 돌아선다 해도 괜찮다.

중요한 건
스스로 갈 수 있는 가장 끝까지
가보았다는 것이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그 걸음들 속에서
한 사람의 세계는 조금씩 만들어진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을 때조차도
그 길은 무의미하지 않았다 말할 수 있다면..

가장 끝까지 간 사람만이,
그 길의 끝이 아니라 깊이를 말할 수 있다.

가장 끝까지 간 걸음에는
후회대신, 고요한 이해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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