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간 봄이라면 차라리 날 죽여줘 #04
설정2025-03-30 22:11•조회 75•댓글 7•hxn
조용한 정적이 흐르는 병실에는,
딸각거리는 볼펜 소리만이 울린다.
- 어, 그러니까 ··· 환자분 병명이 ···
왜 이렇게 뜸을 들이실까.
- 림프종, 입니다.
뭐?
- 림프계에서 발생하는 혈액암으로,
- 증상으로는 ···
이후 말이 들리지 않았다.
귀가 웅웅거리며 울렸고 손이 떨렸다.
- 환자분은 호지킨 림프종으로,
- ABVD* 치료 방법도 존재하고요.
내가 암이라고?
나 아직 어린데, 아직 이루지 못한게
너무나도 많은데.
나에겐 한때 평생을 약속한 너도 있는데.
- 거짓말.
- 면역 치료는 부작용이 ··· 네?
- 거짓말 하지마. 내가 왜 암이야?
- 내가, 내가 아직 나는 ···
- 환자분, 말씀드리기 죄송스럽지만 ···
- 이, 이 돌팔이야.
나는 무작정 문을 열고 나갔다.
그럴 확률이 낮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
그냥, 거짓말이라 믿고 싶었다.
손에는 들고 나온 결과지가 들려 있었다.
나는 그것을 갈기갈기 찢어 버렸다.
이후에 혼자 병원만 3곳을 돌았다.
그리고는 3번의 같은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나는 이르게 찾아올 나의 죽음보다
그냥 네가 보고싶었다.
하지만 끝까지 겁쟁이인 나는
너에게 전화를 걸리 못하고 울기만 한다.
내가 너에게 이 말을 하면 ···
너가 어떤 반응일지 무서웠다.
아직 못했는데,
아직 할 말이 많이 남아 있는데.
이기적이게 겁먹고 피하기만 하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냥 ···
그냥 떠나야 하는구나.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없다.
나는 너에게 무겁고 귀찮은 짐이니까.
우리의 추억들은,
모두 깨진 유리 조각이 되어서
나의 가슴에 피를 흘리며 박혀 있을테니까.
담지 못하는, 담았던 추억들은
바다 속에 깊이 잠겨 ···.
♫ 마지막 인사는 아직 못했는데요 - 성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