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게 해주세요.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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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7 20:04조회 29댓글 0Garri
절 사랑해 달라 말하는 건 너무 과도한 부탁인가요?
당신의 말은 전부 따랐어요. 붉은 입술도, 희고 고운 피부도, 물 흐르듯 부드럽고 수려한 태도도, 사랑이 느껴지는 말투도, 햇빛에 빛이 나는 긴 금발 머리칼과 그 아래 갈색 눈썹도.
그런데 왜 저를 만나지 않으시죠? 제 사랑이 어리석은 자의 망상이었나요?
마약을 주입해도 잊을 수 없어요, 당신을. 차라리 이성에게 고문을 받고 미쳐 버려 당신을 인지할 수 없으면 좋겠어요. 당신을 제 머리에서 지울 수 있다면, 강에 제 몸을 던질 수도 있어요. 강가에 진 그림자에 제 육체가 묻히더라도 그 안의 뇌가 당신을 잊는다면 괜찮아요. 녹색 물풀들이 저를 죽음을 깨달은 바보을 만난 듯 껴안을 때, 저는 당신을 잊을 수 있겠죠?
존재하지 않는 이를 사랑하고파요. 사랑해요, 그 한 마디가 공기를 떠돌아 다니며 제 짝을 찾지만, 만나는 건 검고 볼품 없는 오리 한 마리죠. 제 말 속에서 끄집어 낸 진동이 그게 저인 걸 깨달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얼마일까요? 그 시간 동안 당신은 제게 올 건가요?
와주어요.
오늘 밤, 그대의 사진을 액자에서 빼겠어요. 태양인 그대가 생각 나는 달은 미칠 테니깐요. 달에게 빛을 주는 태양은 달과 만나기에 너무나도 중심에 서있죠. 제발 그 초월적인 중심에서 이탈해 주어요. 지구의 모두가 죽어도 좋으니.
미안해요, 사랑해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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