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손바닥 위의 당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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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21 00:20조회 79댓글 2알로에
"세니아 성녀님께서 드십니다!"

수많은 영지민들 사이에 고귀한 자태를 뽐내며 자리했다.
18살이 되어서야 내가 성녀임을 알리는 신탁이 내려왔기에
그들의 하대 당하는 뭣 같은 기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뭐 어떠한가. 나는 지금 성녀이고, 사랑받는 신의 자녀인 것을.

"뭐해? 어서 고개를 조아리지 않고."

나의 한마디에 자리에 있던 영지민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아, 이 기분이구나. 내 손에 쥔 나의 권력을 멋대로 부릴 수 있는 기분. 그들의 정수리를 보고 피식 웃으며 영지민들 끝에 서있는 그를 바라봤다.

"아, 공작님! 오랜만에 뵙네요. 잘 지내셨나요?"

나의 사랑, 나의 구원인 그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그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나를 끌어안았다.
그가 여전히 내 손바닥 안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네, 덕분에 흉터가 거의 다 사라졌습니다. 감사합니다."

그가 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저주의 표식, 용의 흉터.
이는 그의 큰 콤플렉스였으며, 사람을 피하게 된 이유였다.
나는 이 흉터를 지워주는데 내 신성력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신전에겐 비밀. 들켰다간 최소 자격 박탈일 테니.

"다행이네요. ..어디 봐요? 날 봐야죠."

다만.. 내 신성력이 너무 강했는지, 흉터가 너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이게 왜, 무슨 문제냐고 묻는다면 그가 한눈을 팔기 시작했다는 것. 요새 부쩍 영지민들에게 관심이 많아졌다. ..아니, 정확힌 한 제과집?

"..아하하, 그게.. 죄송합니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에 내 또래로 보이는 여자 하나가 서있었다. 다소곳하게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 모습이 천박하기 짝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에는 계속 그녀가 비쳤다. ..거슬렸다, 미친듯이.

"공작님, 혹시 저와 함께 티타임을 즐기실 마음이.."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가 일어섰다. 역시, 내겐 못 이기..
그의 시선은 나를 향하지 않았다. 자리를 뜨는 그녀를 향했다. 질투심에 입이 바싹 말랐다. 감히 내 말을 무시하다니.

"..공작님? 혹시 못 들으셨나요?"

"네? 아.. 못 들었습니다. 다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어색하고, 말 한마디 오가지 않는 어색한 티타임을 함께했다. 이로써 확실해졌다. 이 남자, 그 년에게 반해 나를 내치려 한다. 당신의 저주를 약화 시켜준 게 누군데, 내게서 눈을 돌리는 건지.

"테오, 내 눈 똑바로 봐요. 내가 좋아요, 그 여자가 좋아요?"

나의 물음에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그제야 찻잔을 들었다. 마시지도 않던 차를 억지로 홀짝이며 대답을 피하는 그에 열불이 났다. 그의 두 뺨을 쓰다듬으며 짧게 입을 맞췄다. 분명 흔들리겠지.

"당장 사랑한다고 말해요. 말하지 않으면.."

"..지겹습니다. 성녀께 더 이상 붙잡혀 살고 싶지 않습니다."

꼿꼿한 자세, 인상을 찌푸린 표정. 나는 알고 있다. 분명한 증오다. 당신이 그런 표정을 지을 입장인가. 죽어가는 당신 살린 게 난데. 배신감에 목소리가 덜덜 떨려 나왔다. 방금까지 나를 품어줬잖아.

"..하고 싶은 말이 뭐죠?"

"약혼.. 없던 일로 합시다."

고작 제과집 여자 하나가 마음에 들어서, 약혼자인 나를 놓아버렸다. 아니, 놓친 건 나인가. 늘 내 손바닥 위에 있던 그가 나의 손바닥을 떠났다. 거부하고 싶었다. 당장 입을 막아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쾅-

"성녀 세니아, 당신을 무단 성력 사용 혐의로 체포한다."



감방에서도 바깥소식은 종종 흘려들을 수 있었다.
황제 폐하께서 큰 병에 걸리셨다거나, 시내에 마물이 들이닥쳤다던가. 이런저런 소식을 접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엘리카 공작과 평민 여성의 극적인 결혼 소식이 들려온다!]

그의 잘난 소식이 들려왔다. 그래, 날 버리고 잘 살고 계시겠다? ..이렇게 분노를 표해봤자, 내게 돌아오는 것은 비웃음뿐이겠지.



"성녀, 제발 도와줘.."

그의 저주는 완전히 해독할 수 없다. 조금씩 약화해야 한다.
몸에 남은 신성력이 부족했는지 그의 저주통이 재발한 모양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감옥에 갇힌 날 찾아오면 뭐 할 건데?

"죄송하지만, 꺼져주시겠어요? ..당신 부인께나 부탁해 봐요."

"헤라.. 떠났어, 아이와 함께. ..내게 저주가 있는 줄 몰랐대."

# 내가 제일 사랑하는 누군가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개
스텔라장 - 빌런 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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