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같이 아파해도 네가 이은 청춘

설정
2025-06-02 17:52조회 137댓글 22hxn
사라지는 영원은 봄과 함께 잊힌다.

뜨거운 먹구름 아래 피어난 눈물이,
그리고 여전히 남은 사랑이,

우리의 여름을 반기고 있었다.

나의 청춘은 네가 있어 완성되었다.
내 마지막 영원인 네가,

구원은 거창한 손길이 아니었다.

하필 또 강하게 부는 바람이,
굳이 오늘이 되어서야 도착하는 새 옷이,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네가,

나의 구원이었다.


#01 추락한 너처럼 같은 예술이 되려고


우리가 만난 건 무색하게도 가을이었다.

낙엽은 보란 듯 춤을 추며 떨어지고
잠자리는 힘차게 날개를 휘적이고 있다.

바위 위의 너처럼, 옥상에 올랐을 때.

눈물이 앞을 가려서일까?
네가 보였다.

- 솔아 ···.

너도 나처럼 울고 있는 것 같았다.

희미한 너는 결국 사라졌다.
나의 전부는, 그렇게 추락했다.

막상 서면 무서울 줄 알았는데
그저 네가 보고싶다.

아, 이럴 때 안아줄 사람이 있다면

하루라도 더 버틸 수 있을텐데.

- 보고싶네.

옥상 문이 요란하게 열린 건 그때였다.
나와 같은 교복이 비췄고

[ 유 한 ]
너의 명찰에는 그런 이름이 적혀 있었다.

- 어? 뭐야, 너, 너 거기서 뭐해?

- ···.

- 야, 야 잠깐만, 너 거기 가만히 있어.
- 어, 선배님 ··· 인가?

당황이 한가득 비친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세어 나왔다.

- 뭐야, 왜 웃어? 뭔데, 장난이야?

- 장난 아닌데.

하필 바람이 불어 열린 옥상문이
덜컹 소리를 내었고,

하늘 아래 번지는 낙엽이 아름다워서,

그리고 너를 만나서.

나는 끝끝내 하루를 더 아파야 했다.

_ 다가오지도 않은 열기가 식었으면 해요.

/hxn
Image 1
댓글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