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25 02:35•조회 63•댓글 7•다람쥐
안녕 은혁아 오랜만이네 우리가 인사할 사이는 아니지 그나저나 너가 나한테 할머니가 돼도 같이 있어주기로 했었던 거 기억해? 진짜 뭐에 홀린 여름 밤 이였을까 그 말이 너무 힘이 됐는데 너가 힘이 되어준 만큼 힘이 들어 이젠 어쩌지 우리 사이를 뭐라고 정의 해야 올바를까 아니 애초에 우리 사이를 정의 한다는 게 맞나? 내가 이 편지 쓰는 이유가 뭘것같아 마지막 까지 내가 착하게 보이고 싶어서 그러는 것 같아? 넌 사람이 진짜 한결같다 처음엔 그 점에 반했지만 한결 같다는 의미가 이렇게 다중적인 의미를 담을 수 있을지 누가 알았겠어 그치?ㅋㅋ내가 이 편지 쓰는 이유 너랑 나랑 추억 똑바로 정리하고 싶어서 그런거야 너랑 내가 나중에 서로 발목을 잡지 않고 만약 누군가가 잡는다해도 잡히지 않고 끊어낼수 있게 넌 내 18살을 책임져준 좋은 남자친구였지만 아쉽게도 올해는 그 타이틀을 못 가지겠다 사실 처음엔 무작정 가리고 모른 척하기 바빴는데 어느새 모른 척 할 수가 없더라고 너랑 유라임를 보는 데 역겹더라 그냥 진짜 웬만해선 이런 말 안 하는 사람인 거 알지 너도? 너가 반한 포인트인 내 이쁜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 누가 알았겠어 너 우리가 처음 만난 날 교실에서 몰래 울었던 거 기억나? 우리의 첫 데이트는? 그날 나 배 아파서 막 택시 불렀는데 바지가 배를 너무 조인 거였었잖아 그날 좋았는데 그치 근데 내가 우는 걸 가려준 사람이 사실 그늘이 아니라 그냥 벽 이였을 줄은 진짜 상상도 못하겠어 상상하면 너무 아파 너랑 내가 같이 만들던 세계가 부서진 것 같아서 강한 척 못하겠어 너가 나한테 미안하다고 잡은 날 잡히고 싶었어 너무 잡히고 싶어서 죽을 것 같았어 넌 모르겠지 내 상처를 낫게 해줄 거라 믿었던 소독약이 썩은 소독약 이였던 거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그럼 잘 가고 연락 하지 말고 차단은 원하면 해 굳이 하진 않을게 잘 지내 내 인생을 책임져 줘서 고마웠지만 더 이상 우리는 모든 게 재밌고 인간 관계가 틀어지는 게 제일 싫은 사람들이 아니니까
잘 지내, 심수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