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끝자락, 따뜻한 햇살이 거리를 비추는 날이었다. 율리와 엘바는 오랜만에 둘만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엘바는 율리를 데리고 가까운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두 사람은 여전히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지만, 최근의 갈등과 고민들 덕분에 예전처럼 자연스럽지 않았다. 어색한 침묵 속에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율리, 요즘 어떻게 지내?" 엘바가 먼저 입을 열었다.
율리는 잠시 고개를 돌리며 답했다. "그냥... 괜찮아. 요즘은 조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어."
엘바는 율리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의 눈빛에는 그동안 쌓인 고민과 갈등이 읽히고 있었다. "너, 나랑 결혼하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지?"
율리는 엘바를 바라보며 잠시 망설였다. "그렇다고 할 수 있어. 사실, 결혼을 앞두고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어."
엘바는 그 말에 조금 놀란 듯 했지만, 곧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런 거 알아. 부모님이 정해준 결혼이라서 너도 부담이 크겠지."
"부담만 있는 건 아니야." 율리는 갑자기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부모님들의 뜻도 중요하지만,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 우리가 결혼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엘바는 잠시 머뭇거렸다. "너랑 결혼하는 거야, 분명히 내가 선택한 거야. 부모님이 정해준 게 아니라, 우리가 자라면서 함께 쌓은 시간들이잖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율리는 엘바의 말을 들으며 마음속에서 갈등이 일었다. "하지만 그 시간이 다가올수록, 그게 정말 내 선택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우리 부모님이 정해놓은 거라서, 그냥 그 길을 따르려고 했던 건 아닐까?"
엘바는 잠시 말을 멈추고 율리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진지함과 함께 조금은 당황스러워 보였다. "그게... 내가 말하고 싶은 부분이야. 결혼이란 게 두 사람의 선택이어야 하는 거잖아. 나도 너랑 같은 생각을 할 때가 많았어. 하지만 우리 부모님들이 원하는 걸 따르는 것만으로 우리의 행복을 결정할 수는 없지."
율리는 엘바의 말을 들으며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그렇다면, 엘바는 정말 우리가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해?"
엘바는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 하지만 우리 둘 다 진심으로 원해서 하는 결혼이어야 하지 않겠어? 만약 우리가 지금처럼 서로 마음속으로 갈등을 느끼고 있다면, 그건 진짜 결혼이 아닐 거야."
율리는 그의 말이 정곡을 찌른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너와 결혼한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냥 부모님들의 기대를 따르는 것에 불과한 건 아닐까?"
엘바는 율리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답했다. "나는 네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너와 내가 서로 행복할 수 있는 결혼을 하고 싶어. 그런데 우리가 진짜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그 결혼은 더 의미 있는 것이 될 거라고 믿어."
율리는 그의 말에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마음속에서 혼란스러운 감정들이 교차했다. "엘바, 나도 네가 행복하면 좋겠어. 그런데 나는 그 행복이 정말 우리 둘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아니면 부모님들의 의무에 의해 만들어진 행복일지 모르겠어."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며 걸음을 멈췄다. 공원의 잔디밭은 한가롭고 평화로웠지만, 그들 사이에는 무언가 답을 찾지 못한 채 공허함만이 가득했다.
엘바는 율리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율리, 너와 나, 우리가 서로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결혼을 하는 게 중요하지. 만약 이 결혼이 우리 둘 다 원하는 길이라면, 그때는 진심으로 행복할 수 있을 거야."
율리는 그 손을 잡고 조용히 대답했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우리가 진심으로 선택한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엘바는 그녀의 손을 따뜻하게 감싸며 말했다. "시간이 좀 더 필요할지도 몰라. 하지만 우리가 서로 진심으로 원하는 방향을 찾을 때까지는, 이런 갈등을 피할 수는 없을 거야."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공원의 꽃들이 바람에 흩날리며 그들의 앞길을 밝혀주는 듯했다. 율리는 여전히 마음속에 혼란스러움을 느꼈지만, 이제 그 혼란이 결코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결혼을 찾아갈 수 있기를 바랐다. 그렇지만 그 선택이 어떤 모습일지, 아직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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