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받을바에는 죽겠습니다 . " __ 2화 -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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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23 19:46조회 35댓글 2한소라
2화: 운명을 거스르는 첫걸음

엘리시아 드 로셰르. 나는 이 이름을 내 몸 속에 새기며, 지금의 내 위치를 직시하고 있었다. 이제는 예전의 내가 아니다. 고통스럽던 현대의 삶은 지나갔고, 이곳에서 나는 '엘리시아'라는 이름으로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환생한 이 세계는 너무나 낯설고, 거기엔 내가 알고 있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법과 질서가 있었다. 이곳은 중세의 왕국, 귀족들이 권력을 쥐고, 왕과 왕비는 나라를 다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중에서도 상류층에 속하는 가문, 드 로셰르 가문의 딸이었다. 하지만 그 외모와 지위와는 달리, 내 삶은 그리 밝지 않았다.

내가 빙의한 인물, 엘리시아는 사람들의 미움과 경멸을 한몸에 받는 악녀였다. 그녀는 아름다움과 고귀한 혈통을 가졌지만, 그 무엇도 그녀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사랑을 갈구했으나, 결국 사람들에게 배신당하고, 정치적 음모에 휘말려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나는 그 비극적인 운명 속에서 무기력하게 살아남을 수 없었다. 이젠 다르게 살아야 한다.

내가 환생한 이유는 단 하나. 그 비참한 운명을 바꾸기 위함이었다.

“이제부터 내가 선택한다.”

하루하루가 지나며, 나는 내 위치를 점차 파악해 나갔다. 드 로셰르 가문은 왕국에서도 손꼽히는 명문 귀족 가문이지만, 권력 싸움과 정치적인 음모가 끊이지 않았다. 아버지, 드 로셰르 백작은 대단히 유능한 정치가이지만, 감정적으로는 차가운 인물이었다. 어머니는 명예를 중요시하고, 결코 나를 따뜻하게 품어주지 않았다. 그들 사이에서 나는 그저 한낱 도구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나를 믿고 의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것이 바로 내게 주어진 기회였다.

“이 세계에서 나를 위한 삶을 만들겠어.”

엘리시아가 겪을 운명을 내가 그대로 따라간다면, 나는 그저 또 다른 악녀로서 비참하게 죽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 세계의 법칙을 깨뜨려야 한다. 이 세상의 규칙은, 내가 그 법을 바꿔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날, 저녁 만찬이 열리는 자리에서 나는 첫 번째 결정을 내렸다. 드 로셰르 가문의 저녁 식사는 언제나 격식 있고, 정해진 규칙에 따라 움직였다. 하지만 나는 그날, 의도적으로 내 자리를 비워두었다.

“엘리시아, 오늘따라 기분이 좋지 않은가? 왜 자리에 앉지 않으니?”

아버지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물었다. 나는 그가 나를 얼마나 무시하는지 알았다. 감정적으로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었다. 그저 명예와 권력에만 얽매여 있는 그에게는, 내 마음 따위 중요하지 않았다.

“아버지, 저는 잠시 산책을 하고 왔습니다. 오늘은 그저 조금 혼자 있고 싶어서요.”

나는 조용히 대답하며, 자리를 피했다. 그렇게 나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빠져나와, 저택의 뒤뜰로 향했다. 뒷뜰의 정원은 고요하고,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나는 벤치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곳에서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랑도, 인정도, 아무것도 필요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은 내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아직은 너무 이른가…”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다시 일어섰다. 내가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고, 내가 의도한 대로 세상을 움직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원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조금씩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야 해.”

정원 속에서 나는 한동안 그렇게 앉아, 내 운명을 바꿀 방법을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살아남는 방법, 내가 원하는 삶을 찾는 길은 멀고 험난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생은 절대로 다른 이들에게 휘둘리며 살지 않겠다. 나의 삶은 내가 주도할 것이다.

그날 밤, 나는 마음속으로 결심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나는 이 세상에서 내가 원하는 삶을 만들어가겠다고.




3화: 정치적 음모, 첫 번째 시험

며칠 후, 드 로셰르 가문에 한 통의 급한 서신이 도착했다. 그것은 왕국 내에서 발생한 정치적 음모와 관련된 중요한 소식이었다.

“엘리시아, 이 서신을 네가 읽어라.”

아버지가 서신을 내게 건네며 말했다. 그의 표정은 평소와 다르게 단호하고, 깊은 고민이 담겨 있었다. 내가 서신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 내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직감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왕국의 동맹국인 하르로스 공국에서, 왕국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결혼 동맹에 관한 제안이었다.

“하르로스 공국과의 결혼 동맹? 이건 대단한 일이지 않습니까, 아버지?”

나는 서신을 읽고 나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버지는 잠시 말을 멈추고, 내 눈을 응시했다.

“그렇다. 하지만 이 결혼은 단순한 결혼이 아니다. 왕국 내에서의 권력 재편을 위한 중요한 정치적 결정이 될 것이다.”

서신에는 하르로스 공국의 왕자가 우리의 왕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엘리시아와 결혼을 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그 제안이 단순한 결혼을 넘어, 왕국의 내부 정치적 균형을 뒤흔들 수 있는 위기임을 아버지는 알고 있었다. 하르로스 공국은 왕국과의 동맹을 통해 더욱 강력해질 수 있었고, 이는 드 로셰르 가문의 입지에도 큰 영향을 미칠 일이었다.

“너는 하르로스 왕자와 결혼해야 할 것이다. 이 결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우리의 가문은 큰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아버지의 말에 나는 잠시 충격을 받았다. 결혼? 그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내가 이 결혼을 받아들인다면, 나는 정치적 도구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그저 다른 사람들의 욕망을 채워주는 존재가 될 뿐. 내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이 선택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만약 내가 이 결혼을 거절한다면, 드 로셰르 가문은 하르로스 공국과의 동맹을 잃게 되고, 그에 따른 정치적 위기가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나는 다시 악녀로 낙인 찍히고, 아무도 내 편이 되어주지 않을 것이다.

그때, 내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이 결혼을 이용해야 한다.’

이대로 하르로스 왕자와 결혼을 한다면, 나는 그저 가문과 왕국의 정치적 유리한 상황에 처할 뿐이다. 하지만 만약 내가 이 결혼을 통해 왕국 내에서 내 입지를 확고히 하고, 정치적 힘을 강화한다면? 그것이 내가 이 상황에서 살아남는 길이 될 수 있다.

“아버지, 하르로스 왕자와의 결혼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결혼을 통해 제 위치를 확고히 하고, 제 가문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겠습니다.”

내 결심을 밝히자, 아버지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 그것이 내게 필요한 선택임을 이해했다. 그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엘리시아. 네가 그렇게 결정했다면, 나도 너를 지지할 것이다. 하지만 이 결혼은 단순한 결혼이 아니다. 너의 미래가 걸려 있는 일이니, 잘 준비하거라.”

그렇게 나는 결혼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이 결혼이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한 정치적 도구로 끝날 수는 없었다. 나는 하르로스 왕자와의 결혼을 통해 내 위치를 강화하고, 드 로셰르 가문의 입지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서, 왕국 내에서 나만의 영향력을 쥐고 싶었다.

하르로스 왕자와의 만남은 곧 다가올 것이었다. 이 결혼을 통해 나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 것인가? 그리고, 그 속에서 내가 살아남기 위한 첫 번째 시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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