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율리와 엘바는 서로에게 더욱 거리를 두게 되었다. 둘은 여전히 같은 집에서 살고 있었지만, 공허한 침묵만이 그들 사이를 채웠다. 율리는 방 안에 혼자 앉아 하루 종일 생각에 잠기곤 했다. 엘바는 종종 그를 지켜보았지만, 그 사이에 어떤 말을 건넬 수 없었다. 서로의 마음은 점점 더 멀어져만 갔다.
어느 날, 율리는 자신이 느끼는 혼란과 고통을 엘바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말을 꺼내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그가 말할 때마다, 엘바는 자신도 모르게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고, 그건 율리에게 더 큰 벽이 되어 다가왔다.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엘바는 이제 알 수 없었다.
"율리, 오늘 뭐해?" 엘바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율리는 잠시 그를 쳐다보다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그냥, 혼자 있을 거야." "그럼, 우리가 좀 얘기할까?" 엘바는 한 발자국 다가가며 말했다. 율리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얘기하자."
두 사람은 마침내 마주 앉았다. 율리는 그동안 마음속에서 억눌렀던 말들을 이제는 터뜨려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엘바, 내가 왜 이렇게 힘들어하는지 모르겠어. 나는 우리가 결혼해야 한다는 걸 전혀 원하지 않는 것 같아. 그저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더 괴로워.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어." 엘바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칫했다. "그럼 너는 나와 결혼하고 싶지 않다는 거야?" 율리는 엘바의 눈을 피하지 않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결혼을 원하는지 아닌지, 그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더 이상 못하겠어. 나한테 결혼이란 뭔지,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어." 엘바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건… 그건 정말 힘든 말이야, 율리. 나는 우리가 결혼해서 행복할 거라고 믿었어. 우리가 함께라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네가 이렇게 말하면… 내가 잘못된 걸까?" "아니, 엘바. 너는 잘못한 게 아니야. 문제는 내가 나 자신을 몰라서 그런 거야.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이 뭔지, 내가 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신이 없어." 엘바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우리, 그동안 정말 사랑했잖아. 그 사랑을 믿어. 우리가 잘할 수 있을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의심하는 게 너무 아프다." "너무 늦은 거 아니야?" 율리가 조용히 물었다. "우리 서로를 사랑한다고 믿지만, 그 사랑이 결혼으로 이어지는 이유가 뭘까? 나는 그게 궁금해." 엘바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들은 잠시 침묵 속에 앉아 있었다. 시간만 흐르고, 둘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질문들이 떠다녔다.
그날 이후, 그들의 관계는 변화를 맞이할 수 없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려 했지만, 끝내 그 갈등의 실타래를 풀 수는 없었다. 율리는 그날 엘바에게 말한 것처럼,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했다. 엘바 역시 그가 가진 불확실함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들은 이제 서로를 이해하고 싶지만, 결국 그 갈등은 그들의 관계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었다.
율리는 방을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떠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엘바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서로에게 너무 많은 것이 있었지만, 동시에 너무 많은 것이 부족했다. 마음의 갈등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그날 밤,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눈을 마주쳤다.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마음 속에서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다. 그들의 사랑은 여전히 깊었지만, 그 사랑이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지, 결혼을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은 깊어만 갔다. 그들은 결국 갈림길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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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제가 소설계로 인기가 생겨서 한 게시물당 댓글이 30개이상이될때 저의 본계를 공개 할겁니다. ㅋㅋ × 말투 딱체..힘들지만, 해내야죠. × 착한 익명분들 좋아하는 글쓴이입니다. × 좋은 감상평 남겨주시면 좋아서 날뜁니다.🌿 × 아자아자아✊🏻 × 캐릭터 욕하셔도 되요. (?) ㅋㅋ × 과연ㆍㆍ헤어지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