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고양이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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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04 15:57조회 50댓글 21919
[1화]

골목 끝에 그런 가게가 있는 줄은 몰랐다.
학원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버스는 이미 끊긴 뒤였고, 휴대폰 베터리도 닳아버렸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낼 듯이 흐리멍텅했다.
그 때 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추억 분양소>
-입양 및 위탁-
‘…’추억 분양소‘..?’
맑은 유리창 너머로
어린 고양이들이 부드러운 털을 손질하고 있었다.

딸랑-
홀린 듯이 가게 문을 밀었다.
유난히 맑은 종소리와 함께
포근한 꽃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칙칙한 골목길에서 한발자국만 내딛은 것일 뿐인데도
마치 차원 사이를 건너뛴 듯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질적으로 차분한 가게의 공기 너머로,
한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검정, 갈색, 하얀색.
많은 색깔들이 어지러이 섞인 무늬가 도드라져 보였다.
그리고 밝은 푸른빛 눈.
마치 바다에 물들은 듯한 그 눈동자가
왠지 모르게 익숙했다.

”혹시 찾으시는 아이가 있으신가요?“
고양이의 눈동자에 고정되어 있던 시선이
카운터 쪽으로 돌아갔다.
“…아 분양은 아니고..잠깐 구경만..”
“네, 편하게 보셔도 돼요.”
카운터 뒤에 서있던 남자는 내가 부담스러워 하는 걸 느꼈는지
부드럽게 웃으며 가게 뒷편의 문을 열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내 시선은 다시 고양이에서,
고양이의 목에 걸려있는 종이로 이동했다.
-첫사랑
- 마지막 생일
- 드러내지 못한 마음
’.. 이게 뭐지?‘
이상했다. 그냥 글자처럼 보였는데도
그 글씨를 보고 나니,
고양이에게 더 끌려드는 것 처럼 느껴졌다.

“저 얘 데려갈래요.”
나는 홀린듯 남자를 불렀다.
아까 전 가게 간판을 봤을 때의 느낌이었다.
분명 고3인 나에게는 벅찬 선택이었다.
자취방은 내 몸도 뉘이지 못할 만큼 좁았고
돈도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후회할 것 같았다. 지금 이 아이를 데려가지 않으면.

“아, 이 친구 말씀이신가요?”
남자는 내가 입을 때는 것과 동시에 문을 열고 나타났다.
“네. 혹시.. 이름이 있나요?”
”이름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 보다,
동반자분이 정해주시는게 좋지 않을까요?
매일 부르는 이름이니까요.”
남자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래, 영원히 불러줄 이름이니까.‘
”…하루. 하루로 해야겠어요.“

딱히 의미는 없다.
그냥 하루를 마치고 이 이름을 부르면
조금이라도 기분이 좋아질까 해서 그렇게 말했다.

“하루.”

골목을 나서며
그 이름을 부르는 순간
이상하게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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