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상태: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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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04 18:37조회 56댓글 0하렝 작가♡
2화
댓글을 쓰고 나면, 잠시 자유로워지는 기분이 든다.
마치 숨 막히던 현실에서 잠깐 튀어나온 것처럼.

하지만 화면을 끄면,
그 자유도 사라진다.
책상 위의 컵에는 남은 커피,
내 방은 그대로 어지럽고,
내 마음은 그대로 무겁다.

사람들은 말한다.
“온라인에서는 누구나 강하다”고.
맞다. 나는 여기서 강하다.
하지만 강한 나를 끄집어낸 대가로,
현실의 나는 점점 더 작아진다.

오늘도 알림창이 떴다.
“회원님의 댓글이 신고되었습니다.”

웃는다.
내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내가 나를 봤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나는 여기서,
내가 만든 세상에서조차
도망칠 수 없는 나를 발견했다.

그 순간, 떠오른다.
‘진짜 나’는 어디 있는 걸까.
닉네임 뒤에 숨은 나,
화면 뒤에 숨어 울던 나,
누구에게도 말 못한 나.

아무도 모른다.
왜냐면 나조차 잘 모르니까.

그래서 또 계정을 만든다.
닉네임:
“오늘도_팩폭중”

이번에도 나는 강하다.
이번에도 나는 정의롭다.
하지만 이번에도 나는 혼자다.

그리고 문득,
모니터 속 검은 화면에 비친 내 얼굴이 나에게 속삭인다.

“그냥… 그냥 나에게 솔직해져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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