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아, 여름을 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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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02 21:37조회 96댓글 1mnoe
두서없는 고백을 이해해 줘.

수 신 오 류 •••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타인의 행복이 미워 발을 구를지언정, 나는 이 계절을 온전히 사랑할 수 없었다.

이 빌어먹을 여름을 탓했던 시간은 전부 땀방울에 씻어 흘려보냈다. 습기로 가득했던 과거들을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았고, 여름에 비해 너무나 투명한 가을만을 고대하며 살았으니, 여름이 이토록 살 떨리게 시린 것인지 알 턱이 있었을까. 한 치 앞도 보지 못하던 그의 생에 드디어 불꽃이 튀었으니, 그 열기가 어찌나 뜨겁던지 온몸이 타들어 갈 지경이었다.

빛이 증발한다

사랑이 바스러지고 살점이 데여도 절대 꺼지지 않을 우리가 보여. 매미 소리 요란한 한여름의 주인공이 되어 땀 맺힌 두 손 맞잡은 그 모래사장에는 내가 뿌린 바다 향만 가득 남을 테니 너도, 나를 망가뜨려 줬으면 해.

지친 여름은 이제 짓물러 터져도, 너무 뜨거워 내가 재가 되어도, 겨울이 그리워질 정도로 숨이 막혀도 나는 이 여름을 선택한 걸 어떡해. 순탄한 안식을 바라는 게 이제는 사치야.

여름에 함몰된 그 머저리는 왜 몰랐을까.

소나기는 늘 예고 없이 쏟아졌고, 약속 같은 건 단 한 번도 믿어본 적 없는 생 위로 비가 내렸다. 여름을 씻어내기엔 턱없이 가벼운 물줄기였지만, 그래도 애써 퍼부었다. 여름 위에 소나기를 얹고, 사랑 위에 증오를 얹고, 버티기 위해 망각을 얹는 것처럼. 그렇게 하면 열이 식을 거라고.

이 계절이 미쳤다고 말해달라고.

사랑이 이렇게 끓어 넘치면 안 되는 거였다고,

5년의 여름은 선물이 아니라 저주였다고.

Ps. 내 5년을 돌려줘.

——

[ 작가의 말 ]
분명 접었다고 말씀 드렸는데, 아직 작업 파일에 남아 있는 글이 꽤 있어서 다 올리고 자리를 뜨려고 합니다 ㅎㅎ 많은 사랑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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