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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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26 01:26•조회 48•댓글 1•아림
문득 폰을 보던 너는 말을 꺼낸다.
“다들 여름이 좋다는데, 난 겨울이 좋아.“
줄곧 너가 그렇게 얘기했었지. 그러면 나는,
“왜?”
라고 물었다. 이에 너는 여러 이유들을 나열하다가 마지막 이유에서 말을 아낀다. 후에 너가 말하기론,

“너랑 만난 계절이 겨울이라서”

*

이른 아침이었다. 유독 일찍 일어나 창문을 쓱 열어 보니 겨울 바람이 내 볼에 스친다. 쌀쌀했다. ’이제 겨울이구나..‘ 하고 느꼈다. 하긴, 요즘은 11월 말에 겨울 날씨가 되니까. 아끼던 겉옷을 입고 학교에 나선다. 학교에서 너가 날 기다리고 있을 거다.

“아림아! 왔어?”
“응. 왔어ㅎㅎ”
”오늘은 좀 일찍 왔네?”
“으응, 어쩌다 보니ㅋㅋ.”

우리 둘은 정말 친한 친구다. 아림과 혜림, 이 둘은 서로 떼어 놓아야 떼어 놓을 수 없는 서로에게 자매 같은 존재였다. 혜림과 나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이 된 지금까지 쭉 친하게 지내고 있는 몇 안 되는 친구 중 한 명이었다. 그래서 우리 둘은 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을 것이다. ‘죽을 때까지도!’

*

자동차 경적음이 요란하게 울린다. 한두 대가 아닌 것만 같다. 눈이 잘 떠지지 않는다. 옆에 누군가 있는 듯한 기척, 아 혜림이다. 무슨 일이지? 왜 도로 위에 누워 있는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머리가 깨질 것만 같다.
“으음… 혜림아… 혜..림…?”
겨우 이름을 온 힘을 짜내어 말하지만 혜림은 들은 건지 아무 말이 없다. 그래서 다시 한번,
”혜에리임…“
내 말을 누가 듣기라도 했는지,
“어머, 깨어났나 봐요.”
“의식이 있어 다행이네요. 후우.”
“구급차는 왜 아직도 안 오는지… 얼른 와야 할 텐데.“
”나머지 한 명은 어떻게 됐어요?“
”아직 안 깨어났어요. 의식 불분명 상태인 것 같아요… 일단 심폐소생술 더 해 볼게요.“

대화를 듣고 잠시 머릿속이 텅 빈 느낌이었다. 뒤늦게 찾아오는 통증… 무슨 상황이었는지 이제야 점차 기억나기 시작했다.

30분 전,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혜림은 매년 보는 눈이 지겹지도 않은지 밖에 첫눈이 오니 놀러 가자고 학교 끝나고 내게 말했다. 이에 나는 혜림이 첫눈이 좋다고 해 별수 없이 그냥 같이 놀러 가기로 했다.
“와~ 눈 너무 예쁘지 않아?”
하며 혜림이 좋아하며 길가를 건너는 걸 보며 혜림이 겨울이 좋은 이유가 눈 때문이기도 했다고 말한 게 생각이 나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응, 눈 진짜 예쁘다!”
빨개진 코와, 말할 때마다 나오는 입김. 혜림과 나는 눈을 감상하며 신나게 뛰어놀았다. 너무 신나서 주위를 못 봤던 탓인가. 눈이 와서 미끄러운 횡단보도를 신나서 뛰어가던 혜림이 미끄러졌다. 많이 다쳤는지 웃음은 사라지고 아파 보였다. 나는 놀라서 혜림이 쪽으로 쭈그려 앉아 혜림이 괜찮은지 살피다가… 횡단보도 불이 빨갛게 바뀌었고 우리를 못 보고 지나가던 차 한 대가 혜림과 나를 그대로,

덮쳤다. 하얀 눈이 붉어지며 내 시야가 흐릿해졌다.

다시 현재 상황, 나는 30분 동안 이러고 있었던 모양이다. 혜림과 나는 행인 분들이 우리를 옮겨 줬는지 길가 위에 누워 있었다. 눈은 멈출 생각이 없다는 듯이 계속 내리고. 차가운 눈밭에 누워 의식이 불분명한 혜림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마찬가지로 행인 분들이 해 준 건지 모르겠는 밴드가 내 이마 쪽에 붙어 있었다. 차가운 눈이 내 볼에 닿자 그제야 정신이 완전히 차려졌고 얼마 후 구급차가 왔다.

병실에 나란히 누운 나와 혜림과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 나온 나의 부모님과 혜림의 부모님. 의사는 내게 다행히 조금 다쳤고 앞으로 살아가는 데에 지장은 없다고 말하셨다. 나의 엄마는 그제야 한시름 놓은 듯 나를 꾸짖는다. 걱정의 잔소리였다. 그에 반대로 혜림은…
“크게 다친 것 같아요. 아마 눈을 떠도 오래 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유감이에요.”
혜림의 엄마가 울며 가엽다는 듯이 혜림의 뺨을 쓸어내렸다.

그날 새벽. 기적적으로 혜림은 깨어났다. 그러나 곧바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2주. 나와 달리… 혜림의 엄마는 그래도 당장은 살아 있으니 괜찮다는 둥, 조금은 안도하는 것 같았다.

2주 동안 혜림과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답은 도무지 나올 기미가 안 보였다. 한 주 동안 혜림은 병원을 가끔 나가 혜림의 가족과 놀러 다니는 것 같았다. 나머지 한 주 동안 혜림과 내가 놀 수 있는 주어진 날은 단 3일뿐이었다.
“우리 뭐 하고 놀지…“
”그러게… 갈 곳이 제한적이다…ㅋㅋ“
예전엔 갈 곳이 넘쳐났는데 지금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게 우리는 그냥 평소 가던 곳인 좋아하던 떡볶이 집에 갔다. 할머니가 하시는 떡볶이 집이었는데, 혜림의 사정을 듣더니 딱하셨는지 떡볶이를 무료로 주셨다. 남은 2일은 그냥 병실에서 평소 하던 이야기를 했다. 그때만큼은 혜림이 계속 살아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혜림은 정해진 날보다 하루 빨리 세상의 별이 되었다. 그날 혜림은 자신이 세상의 별이 될 것을 직감하기라도 한 듯 부모님께 편지와 사진 등등을 남기고 작별 인사 뒤 새벽에 나랑 나란히 누워서 내게 여러 말들을 했다.
”내가 겨울 좋다 했을 때 마지막 이유 얘기 안 해 줬던 거. 기억 나?“
“으응… 기억 나.”
”너랑 만난 계절이 겨울이라서. 그래서 겨울이 좋았어. 너만큼 좋았던 친구는 없을 거야. 항상 무슨 일이든 내 곁에서 같이 힘들 때도, 기쁠 때도 도와줘서 고마웠어. 많이 보고 싶을 거야. 나 잊지 말구…“
하고 내 말을 다 듣기도 전에 혜림은 기침을 하더니 옅은 미소를 보이며
”못다 한 말들은 편지에 남겨 놨어. 꼭 읽어 봤음 좋겠다. 먼저 가서 미안하고 고마워.”

그렇게 혜림은 떠났다.

아직도 겨울만 되면 혜림이, 네가 떠오른다. 지금쯤 하늘의 별이 되어 잘 쉬고 있을 혜림이. 너가 보고 싶다. 너가 생각나서 너가 남긴 편지를 몇 번이고 다시 봤고 지금도 보려고. 그 옆의 인형도 아직도 가지고 다니고 있어.

ㅡ내 하나밖에 없는 단짝 아림이에게!ㅡ
아림아 나 혜림!! 우리 오래오래 함께했으면 좋았을걸, 세상이 너무 가혹한 것 같아 미울 따름이야. 그래도 하늘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나 잊지 말고 힘든 일 있으면 편지 옆에 둔 토끼 인형한테 말해! 그게 내가 되어서 네 힘든 일이나 기쁜 일 등 다 묵묵히 들어 줄게ㅎㅎ 항상 행복했음 좋겠어 나도 내가 빨리 간다는 사실이, 그것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겨울을 다 지나지 못하고 먼저 간다는 사실이 정말 슬퍼. 무엇보다 하나뿐인 가족들과 너를 잃는다는 게 가장 큰 슬픔 같아. 많이 보고 싶을 거고 항상 고마웠어. 내 사랑 아림이 어디서든 기죽지 말고 그 당당함 유지해!! 파이팅!!
ㅡ하나뿐인 너의 단짝 혜림이가ㅡ

…

언젠가 하늘에서 꼭 다시 만나자. 그때는 너가 좋아하는 눈도 실컷 보자. 그때까지…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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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림입니다! 이번 글도 분량에 실패한 것 같지만… 재밌게 읽어주셨음 좋겠어요☺️ 단짝인 주인공 두명의 우정을 어떻게 풀어나갈까 하다가 이 글이 완성 되었습니다! 곧 겨울이기도 하고요ㅎㅎ..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큐리⤵️
https://curious.quizby.me/tUC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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