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2 21:40조회 75댓글 0파락
일어나려 하면 짓눌리고, 한 걸음 내디딜 쯤에 밀쳐진다. 언제였던가 달아올랐던 몸은 애매하게 식어버렸다. 열은 질척이며 기분 나쁘게 몸에 스며들고 있다. 목적 잃은 채 서서히 녹아가며 오래도록 잔류한다.

열은 뇌를 조금씩 갉아먹고 있다. 타버린 조각에서 새어 나온 뿌연 연기가 온 머릿속을 뒤덮었다. 백지. 백지. 백지. 백지. 무언가를 기억해 내려 펼친 종이에는 아무것도 적을 수 없었다.

피어나지 못한 채 썩어가는 꽃을 품은 화분, 잠깐의 열기에 증발해 버린 물을 말라버린 목소리로 부른다. 숨이 막힌다. 그 꿈을, 푸르게 만개할 정열을 그리던 날을, 안개 낀 머리로는 기억하지 못했다. 차갑게 식어가는 공허한 마음과는 다르게, 달아올라 무겁게 가라앉는 몸이 싫다.

흐느적거리는 손으로 겨우 펜을 잡아 아무렇게나 그었다. 어린아이의 낙서 같았고, 화려한 꽃잎을 가득 두른 장미와 닮았고, 잠잠해질 기미 없는 격랑과 같았으며, 나의 노스탤지어였다. 돌아가고 싶은 순간임에도 할 수만 있다면 갈기갈기 찢고 싶어져 미칠 것 같다. 헛된 욕심은 애초부터 버리는 편이 현명했을 터.

조금씩 식어가는 몸과 완전히 바스러져 원래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된 열. 무척이나 고통스러워 입술을 꾹 깨문다. 다시 열에 취하자, 열에 취하자, 열에. 머리를 벽에 강하게 박는다. 또 박는다. 의지를 따라주지 않는다.

끝내 온기를 모두 잃어 딱딱하게 굳은 심장을 두 손에 쥐고 바라본다. 단단해지는 과정은 이토록 아프구나, 그런 깨달음은 별 중요치 않았다. 어리석게도 겪었기에 더는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 다음의 열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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