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正義를 정의定義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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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가 아니였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그저 실수였습니다. 아량을 베풀어 주세요. 한 번만 봐주세요. 앞으로는 착하게 살겠습니다.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부디 눈 감아주세요. 이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이렇게 빌테니 봐주십시오. 다음부턴 그러지 않겠습니다. 반성할테니 용서해 주세요. 전부 무지의 탓입니다.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후회하고 있습니다. 억울합니다. 제발 선처를.
…하암, 이걸로 이야기는 끝이야?
♡는 턱을 괸 채로 지루한 듯 입을 열었다. 그녀의 발 밑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호소하는 이들에게 ♡는 놀랍도록 무관심했다. 그야 더러우니까, 웃기니까!
제가 잘못했어요,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누구나 형벌을 면하려는 것이 속내였다. 아부에는 질렸어. 구태여 피고인의 신분에 조명을 비추는 꼴에 불과하잖아, 그건.
이제는 귀를 막아도 확실하게 결정할 수 있었다.
아무튼. 답지않은 그녀의 태도에 그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굳이 정정하자면 그러지 못했다에 가깝겠지. 그리 바보는 아니었기에 ♡ 본인도 이제는 자각하고 있다. 무능력과 전지전능 사이의, 인간과 신의 경계에 있는. 특별히 진리를 깨닫는다거나 그런 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이 느끼기에 ♡가 아니라 세계가 변해있는 것만 같았다. 전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거대한… 그마저도 역겹고 우스워서.
♡는 정의情意에 서툴렀다.
사랑하던 ♤의 본질을 깨달은 후, 색안경에 단단히 사로잡혀 버렸다. 그냥 전부 싫었다. 인간의 구순 하나하나, 그 속에서 흘러나오는 약점의 집합체가, 눈동자는 모두 살육에 미쳐 광기가 어린것만 같았다. 끔찍해. 전부.
♡는 몇번이고 생각했다. 차라리 선악과로 둔갑한 고장난 저울이 되리라. 그런 별로 간절하지도 않던 분노에 가까운 소망 아닌 소망을 어딘가의 신이 들어주기라도 한 모양일까. 네,네, 특별히 감사한 마음은 없네요.
그녀는 생각했다.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흉기를 고르라면 자신이 손에 쥔 이것을 하나로 꼽을 것이라고.
들기만 하여도 한 공기 아래의 수많은 이들이 숨까지 죽인 채 ♡를 응시하게 되며, 세 번 휘두르며 속으로 새겨 둔 제멋대로의 주문을 외우면—
몰라. 그냥 죽여.
뭐, 대충 아주 시끄러워지는. 절규 끝 대부분은 ♡를 향한 온갖 욕이었다. 결론적으로, 고막에 해로우니까. 아둔한 존재들에게 이 마법봉은 하늘이자 구원. 하지만 왜 하필?
정의라는 것도 결국엔 근거없는 우상일 뿐이지, 연기와 다를 바가 없지 않나. 옳고 그름의 기준은 명확하지 않은데. 그렇다면 그들이 선이라 말하는 것들 모두 유토피아에서나 존재할 테다. 갈망하지만 적어도 이곳에는 없는.
어째 니힐리즘이 되어가는 것 같은데.
♡가 그 기준선이 되어있는 한 세계는 있지도 않은 뒷면을 상대로 성악설이라 불리며. ♤에게 전해지지 않을 텐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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