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의 아이와 남자친구 1화

설정
2026-02-23 20:36조회 75댓글 5한슬아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렇게 말하지 마”

“아니… 나는..”

“아니, 듣고 싶지 않아 너도 실은 그렇게 생각했던 건 아니야? 내가 악령의 아이라고, 나는 괴물이라고!”

끓어오르는 감정이 역했다

“흐윽”

너는 울분을 토하며 주저앉았다

내가 여기서 더 뭘 할 수 있었을까

이미 끝났는데

차가워

아파, 시려, 더이상 하고 싶지 않아

네가 내게서 떠났던 그날, 그날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너의 죽음이, 나의 고통이 너무나도 컸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남은 것은 없었다

언젠가 네가 내게 와서 말했었다

“있잖아, 이거 너한테만 말해주는 거다?”

나는 그렇게 너에게 홀렸다

***

퍼억

우유갑이 날아와 팔을 때렸다

송지훈네 패거리

아마 그들이겠지

얼굴로 던지지 않은 것을 감사하게 여겨야 하나

가난은 지독하다

벗어나려해도 벗어날 수 없도록 더 세게 조여온다

나의 아빠라는 작자는 일찌감치 나와 엄마를 버렸다

힘이 없었던 엄마는 고된 일을 하며 나를 먹여 살렸고 나는 그런 가난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루에 한 끼 밖에 먹지 못하고, 냄새나는 교복을 입고 다니면서

나는 말 그대로 ‘따‘ 였다

반에서 겉돌며 음침하게 다녔고, 그럼에도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를 줄줄이 따라다니는 꼬리표들

’쟤 귀신 씌었다잖아‘

’쟤네 할머니가 무당이래’

‘헐, 무섭지 않아?‘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내가 귀신 들린 것은 맞다

언제부터인가 오한이 떨리고 눈에 보이지 않아야 할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검은 생명체들

그들은 나를 발견할 수 없겠지만 나만은 그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추악하고 흉측했고, 나는 그들이 까무러치게 싫었다

‘사라져, 사라져, 사라졌으면 좋겠어 꺼져, 꺼지라고! 내 눈 앞에서 사라져!’

매일 반복해서 주문을 외웠다

사라지기를 빌고 또 빌면서

할머니가 무당이라는 말은 완전히 틀렸다

할머니는 돌아가셨을 뿐더러 몸이 많이 아프셔서 살아계시는 동안에도 약을 달고 사셨다

그런 할머니께 무당이라니 당치도 않은 소리

나는 그런 말도 안되는 근거 없는 이야기를 마음대로 지껄여 무성한 소문을 만드는 인간들이 싫다

제멋대로 생각하고, 제멋대로 판단해버리면서 고고한 척, 깨끗하고 깨어있는 척하는 것들

하지만 늘 그렇듯이 피해자의 말을 들어주는 이는 없었다

심지어 어른들조차도 내 말만은 무시했다

나는 그렇게 예민하고 사나워졌고 마음에 벽을 세워 문을 닫아버렸다

학교에선 늘상 조용히 있었고, 할 일이 없어 공부에만 열중했다

이젠 반 아이들도 내게 더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도 따돌림은 멈추지 않았다

사실 자발적으로 자기 자신을 따돌리고 있다고 봐도 손색이 없었다

나는 지독한 아웃사이더였고 무어라 할 수 없었다

그때 내게 말을 건 소년이 있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나는 교복도 세탁하지 않아 더러웠고, 멋대로 기른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고 다녔다

“아.. 안녕?”

나는 그 소년을 응시했다

단정한 교복과 머리에, 하얀 피부를 가진 소년이었다

꽤 잘생긴 외모를 가진, 나와 비교되는 모습이였다

내게서 대답이 들리지 않자 소년은 쭈뼛거리며 말했다

“혹시, 오늘 나랑 놀래?”

“…..”

“같이 놀면 재밌을 것 같아서”

나를 놀리는 건가?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대로 책상 위에 엎드렸다

이런 애들이야 뻔하지

분명 일진놀이를 하며 거드럭 댈 아이들에게 이끌려 나를 데려가려 하는 것일 터였다

소년이 자리로 돌아가는 발소리가 들렸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물이라도 마시자 싶어 화장실 옆 음수대로 향했다

화장실에서 여자아이들 무리가 튀어나왔다

그 중 짙은 화장에 앞머리를 헤어롤로 말고있는 여자애가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다른 아이들에게 귓속말을 했다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무어라 주고받으며 키득대더니 내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가며 웃었다

나는 익숙하다는 듯이 어깨를 털며 물을 받아 마셨다

차가운 물이 식도를 통해 내려가는게 느껴졌다

그때 옆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돌아보니 아까 내게 말을 건 소년이었다

소년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리며 교실로 향했다

나는 괜히 비스듬하게 벽에 기대어 섰다

뭘까, 이 느낌은

***

쉬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교실로 들어왔다

소년은 자기 자리에 앉아 교과서를 펴 놓고 있었다

나는 반 아이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피해 자리에 앉았다

내 자리로부터 한 칸 앞자리의 대각선 쪽이 그 소년의 자리였다

나는 턱을 괴고 한 손으로 연필을 돌리며 소년을 응시했다

소년의 가방에 명찰이 붙어 있었다

배…수현?

***

종례가 끝나고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교문으로 향했다

나는 집에 가기 싫어 괜히 학교 주변을 돌아다녔다

저벅저벅

발소리가 들렸다

“저, 저어, 저기…”

“…..”

배수현이었다

“아, 아까 교실에서 봤는..데…”

“하”

나는 콧소리를 내며 배수현을 노려보았다

배수현은 당황했는지 두 손을 포개어 만지작거리며 조그맣게 말했다

“그으.. 조희수 맞지?”

“….그런데”

내가 목소리를 내자 배수현이 수줍게 웃어보였다

괜히 어색해져 고개를 돌리고 팔짱을 꼈다

“너어 있잖아…”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나랑 놀래?…”

“뭐?”

놀자고? 무슨 속셈이지?

나는 아직 배수현에게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배수현은 당황한 듯 양 손을 손바닥이 보이게 흔들며 말했다

“뭐… 이상한 건 아니고, 노래방 가고… 뽑기 하러 가고?”

그 애는 말끝을 흐리며 눈웃음을 지었다

해맑아 보였다

“…..”

“그래”

순간 덥석 대답해버렸다

나는 내가 한 말이 놀라워 잠시 당황했다

배수현이 활짝 웃었다

마치, 그럴줄 알았다는 웃음이었다

저벅저벅

배수현의 얼굴에 들뜸과 신남, 기대 등의 감정이 스쳐보였다

우리는 어느새 나란히 걷고 있었다

나는 아무말도 없이 그 애가 가는대로 따라갔다

마치 뾰족한 지붕 위를 걷고 있는 것처럼 마음이 불안하고 찜찜했다

내가 얼굴을 찌푸렸는데도 배수현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나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로 했다

도착한 곳은 식당이었다

분식집이라고 하는 게 맞을까

배수현은 익숙한 듯 문을 밀고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나는 어정쩡하게 서 있고 싶지 않아 그 애의 맞은 편에 앉았다

그 뒤로도 배수현은 익숙한 듯 떡볶이 2인분과 김밥 2줄을 주문했다

나한테는 아무말도 없이 자기 카드로 결제도 한 듯 해보였다

그러면서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속을 알 수 없는 아이다

나는 꼬질한 내 교복과 말끔하고 단정한 그 애의 교복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또 비교해버렸다

아무 잘못도 없는 저 아이와 나를

나는 이런 저런 생각들을 떨쳐내며 메뉴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곧이어 가게 직원이 검은색 쟁반에 김밥을 담은 접시와 큰 떡볶이 냄비, 탄산음료를 올려 내왔다

나는 포크로 떡볶이를 콕콕 찍으며 그 애의 눈치를 살폈다

내가 얘 눈치까지 봐야하나

배수현은 그릇에 올린 떡볶이를 포크로 찍으며 말했다

“여기 되게 맛있어”

“……”

“좀 먹어 보라는 말이야”

보기보다 자기 주장이 강한 아이 같았다

나는 김밥부터 집어먹었다

웩, 오이 들었네

나는 오이를 싫어했지만 내색하지 않으며 모두 씹어 삼켰다

배수현 앞에서 김밥을 도로 뱉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

“어때?”

“..맛있다…”

진짜로 맛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거리로 나왔다

배수현은 인형뽑기와 각종 게임을 할 수 있는 오락실을 발견하더니 눈을 빛내며 나를 쳐다봤다

꼭 엄마의 허락을 구하는 아이 같았다

나는 말없이 오락실로 들어갔다

배수현은 이리저리 걸어다니며 오락실 내부를 둘러보았다

밖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오락실 내부는 넓고 쾌적했다

사람은 우리 뿐이었고 나는 레이싱 카 운전 게임을 위해 준비된 의자 위에 걸터앉았다

배수현은 두더지 게임, 인형뽑기 등 여러가지를 도전했다

나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만 보았다

배수현에게서 나는 어린시절의 나를 보았다

마치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처럼 순진하고 세상물정을 몰랐던 때의 나를

동공이 흔들렸다

나는 저 아이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거지?

연민? 동정? 트라우마?

아니, 아니다

이 감정은 뭐라고 설명할 수 없었다

지이잉

한참 생각에 잠겨있는데 문이 열렸다

저벅저벅

“야, 어제 너 클럽에서 꼬신 남자랑 만난 거 어떻게 됐냐?”

“아 X발, 몰라 까인 듯”

여자아이 두 명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들어왔다

교복을 보니 우리학교 학생인 듯 해보였다

나는 그들과 최대한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야, 솔직히 그 오빠가 너보다 아까워 걍 포기해라 쯧”

긴 머리에 웨이브를 넣은 여자아이가 껌을 씹으며 말했다

“아 뭔소리야, 내가 훨씬 아깝지 이X이 진짜”

단발커트에 무릎 위로 오는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아이가 욕을 하며 받아쳤다

그렇게 서로 시시덕거리다 나와 눈동자가 마주쳐버렸다

“뭘 쳐 꼬라 봐”

“잠만 야, 얘 걔 아니야? 우리 학교 2학년 5반 일진X끼들 따까리”

“아 그 교복에서 X나 냄새 나는 애? 걔가 얘였어?”

말투에는 비웃음이 묻어 있었다

나는 그대로 쌍욕을 박을까 생각했다

“너네들은 뭔데 내 여친 보고 냄새난다 뭘 꼬라 보냐 X랄이냐?”

엥?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배수현이었다



매주 월요일 목요일 업로드해요
잘 부탁드려요 :)
댓글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