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트체리

설정
2026-02-16 18:54조회 107댓글 1파락
생명들은 소리쳤다. 참으로 어리석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마법소녀가 말했다.
내가 당신들을 구원할게요.

그녀는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었다. 낡고 낡아서 반짝이던 모습은 모조리 녹슬었다. 생명들도 마찬가지였다. 마법소녀가 정말로 소녀이던 시절에 그녀를 동경했으며, 이젠 문드러진 동심을 지니고 맹신했다.

무가치해진 세계에서 벗어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몇 없는 용감한 자는 자신의 발로 빛을 향해 나아갔다. 그러나 아주 오래전부터 생명들은 타고난 겁쟁이였다. 할 줄 아는 것은 떨어지는 유성우에 소원을 빌고, 빌고, 비는 것이다.

마법소녀는 떨리는 손으로 지팡이를 높이 들었다. 그러곤 주문을 작게 외웠다.
부서진 몸에 날개를, 부서진 마음에 치유를.

자신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작게 덧붙였다. 나를 용서하지 말아요.

푹. 힘차게 내리꽂은 지팡이의 끝에서 체리 색의 빛이 번뜩였다. 생명들과 마법소녀는 그 빛에 물들었다. 구원받은 생명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붉은빛의 자국이 선명했다. 입에 시고 쓴 맛이 맴돌았다.

마법소녀, 아니, 저주는 주저앉아 울었다. 울고, 또 울었다. 저주는 스스로를 사랑했었다. 외로운 자에게 친구가 되어주고, 두려운 자에게 용기를 주었다. 자신의 그런 모습을 사랑했었다.

저주는 지팡이를 다시 한번 힘차게 휘둘렀다. 지팡이의 끝에서부터 새까만 빛이 천천히 퍼져나가 모든 것을 덮었다. 저주는 썩은 체리와 함께 녹아갔다. 천천히.
끝내 자신에게 구원(舊怨)받았다.


-


https://curious.quizby.me/8UaM…
댓글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