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여름에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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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03 21:19조회 43댓글 2산갈치
🎧 https://youtu.be/6Fm-wW_57FY?s…

*이 소설은 특정 인물을 표시하는 것이 아닌,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산갈치
ㅡㅡㅡ

며칠 동안 여름은 그자리 그대로 계속 서 있었다. 소혜의 시선은 자꾸만 여름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어쩌면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은 허상일지도 모르는데. 여름은 그저 어딘가를 응시할 뿐이었다.

"소혜야, 같이 안가?"

학교가 끝나고 아무도 없던 교실에서 멍을 때리던 소혜는 보라의 목소리에 움찔하며 보라를 쳐다보았다. 보라는 아무 걱정이 없는 것 같았다. 숨기는 것일까, 아니면 진짜로 신경쓰질 않는 것일까.

"아, 미안. 할 게 있거든."

소혜는 보라를 향해 애써 웃어보이며 말했다. 보라는 군말 없이 웃으며 교실을 나갔다. 이제 교실엔 소혜만 남아있었다. 물론 여름이도 있었다. 십 분... 십 오분... 정적은 깨지지 않을 것 같았다.

"...한여름."

소혜는 여름이 있는 곳을 향해 말했다. 목소리엔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소혜의 눈동자는 여름의 눈을 정확히 보고 있었다. 마치 무언갈 바라듯.

"..."

여름은 그저 소혜를 가만히 응시할 뿐이다. 어떠한 말을 하거나, 표정을 짓지 않았다. 꼭 인형처럼 같은 모습으로 응시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왜 왔어? 우리는 잘 지내는데."

소혜는 여름이 아무 말도 없자, 여름을 쏘아붙이며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러나 변하는 건 없었다. 오히려 여름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소혜를 응시하고 있었다.

"..."

소혜는 이내 가방을 싸고 교실을 나갈 채비를 했다. 교실 뒷문을 열기 직전 하늘이 있는 곳을 돌아봤다. 하늘은 여전히 소혜를 응시하기만 할 뿐이다. 소혜는 여름을 보곤 한숨을 쉬며 교실을 나갔다.

한결같은 소혜의 행동에 여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처럼 보였다.

여름이는 그런 아이였다. 밝고, 착하고, 용감한 아이였다. 흔히 '인싸'라고 불리는 아이 중 하나이지 않을까? 소혜는 생각했다.

'나는 어쩌면 여름이란 별을 더욱 빛내기 위한 들러리가 아닐까. '

그 이후로 소혜는 생각을 멈췄다. 이렇게 생각해버린다면 여름이 자신을 이용한 것 같아서. 우린 그냥 친구였어. 내가 들러리가 되기에 자진했다고.

ㅡㅡㅡ

'소혜가 요즘 바뀐거 같아...'

보라는 걱정이 많다. 눈물도 많고. 그래서 아이들은 종종 보라를 여린 아이로 착각하기도 했다. 보라는 자신이 절대로 여린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그저 남을 위한 고민이 걱정과 눈물로 바뀌는 것 뿐이라고.

아이들은 툭하면 울고 걱정하는 보라가 불편했다. 그래서 보라를 무시하곤 했다. 단 한 명만 빼고. 중학교 2학년 때, 오늘도 혼자 책상에 앉아있던 보라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안녕! 넌 이름이 뭐야?"

보라에겐 어쩌면 구원이었다. 그 한 마디가 보라의 세상에 빛을 만들었다. 여름은 보라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친구였다. 작년 여름, 보라는 가장 소중한 친구를 잃었다.

그 일이 일어난 이후로 보라는 며칠을 울었다. 어쩌면, 거기에 여름이 아닌 자신이 있었다면 결말을 바뀌었을까라고 생각하며. 보라의 생각은 점점 치우켜져, 결국 자신이 잘못했다는 결론을 만들어났다. 그 대가로 보라는 점점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여름을 다시 마주친 이후, 보라는 예전의 자괴감이 다시 올라왔다. 보라는 며칠을 또 울었다. 아무도 그 울음은 듣지 못했다. 어째선지 보라는 텅빈 교실, 여름의 앞에 서있다.

"...여름아."

미안해.
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말은 보라의 입안에 머물다 이내 목구멍 너머로 들어가버렸다. 보라는 잡을 수 없는 여름의 손을 잡았다. 그러고 주저 앉아 울었다.

겨우 진정하고 보라는 여름에게 인사를 하고 교실을 나갔다. 우연히 교복 주머니를 보니, 여름이 아끼던 손수건이 들어있었다.

'아. 여름아. 어째서 나한테 잘해주는 거야.'

~~~

「세상에게 공상을 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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