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5 17:40•조회 39•댓글 0•Pentel
Chapter 1. 심연
이곳은 어디일까?
정신을 차려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암흑 속이였다. 내가 밟고 있던 바닥도, 느끼던 온기도. 아무것도 그저 존재하지 않았다.
잠깐,
내 머릿속에서 나라는 존재가 점점 사라져가는 것이 느껴졌다. 내 이름이 뭐더라? 어디에 살더라?
그 순간, 누군가의 목소리가 머리속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작고 흐릿했으며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으나, 섬뜩했다.
그러나 원인은 몰랐지만, 이유도 몰랐지만,
나는 그 목소리가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나오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심연의 섬뜩한 목소리에 나 자신이 지배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머리는 점점 아파 왔고, 난 결국 정신을 잃었다.
...
...
"여보세요? 퇴마사 최아인입니다."
"퇴마사님! 지금 바로 신래고등학교로 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네! 갑니다!"
아인은 가방을 싸고 영업중 간판을 자리 비움으로 바꾼 후, 택시를 부르며 집을 나섰다.
'신래고라.. 이름 참 오랜만이네.'
곧 택시에 타게 되었다.
아인은 시에서 소문난 퇴마사였다. 퇴마 실력도 뛰어났고 1회 퇴마 비용도 나쁘지 않아 그럭저럭 잘 살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아인 본인은 그녀의 직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귀신을 봐와 고작 4살 나이부터 놀이터에서 놀기는커녕 고통받았다. 15살쯤부터, 아인은 퇴마를 시작했다. 자신의 정신을 방해하는 혼들을 없애면 자신의 적 동시에 타인의 적을 없애는 느낌이 들까 봐였을까? 그러나 그런 일은 없었다. 정신이 맑아지기는커녕 일만 늘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아인은 어느새 신래고등학교에 도착해 있었다.
"퇴마사님!"
"네! 도착했습니다!"
의뢰인이 다가와서 아인을 교내로 안내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3층에 있는 자신의 교실 옆 계단에서 학생들이 자주 넘어지며 밤에는 이상한 소리가 나기도 한다고 한다.
"음.. 한번 보도록 하죠."
계단을 살펴보던 아인은 곧 수상한 기운을 감지했다. 계단 난간에 악령이 붙어 있던 것이였다.
"핫!"
아인은 난간에 조심스럽게 다가가더니 곧 주머니에서 부적을 하나 꺼내 들고 그것을 난간에 붙였다. 악령이 부적과 함께 점점 투명해지더니 사라졌다.
"이제 괜찮을 겁니다."
이런 일은 그녀에게 식은 죽 먹기였다. 지난 5년 동안 악령 봉인은 수백 번도 더 해 봤으니.
"감사합니다!"
그런데 퇴마를 끝마친 아인이 집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였다. 난간 밑에 무언가가 떨어져 있었다. 조그만한 펜던트였다. 아인은 그것을 집어들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이건.."
"퇴마사님, 왜 그러시죠?"
"아, 아닙니다."
아인은 결국 건물을 빠져나왔다. 나오면서도 손에 쥔 펜던트를 계속 바라보았다. 마음속 깊이 묻어 둔 가슴 아픈 기억이 점점 새어나오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