移ろい (우츠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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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14 00:49조회 77댓글 1유키노텐시
移ろい : 바래진 봄과 번져가는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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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졌다.


분홍빛 온기가 바래진다.
꽃잎이 떨어진다.

지상의 모든 채도가 낮아진다.

마른 가지 사이로 바람이 스민다.
참으로 차갑고 서늘한 바람이다.

보도블록이 낙화를 받아낸다.

거대한 수채화 캔버스 같다.
흐릿한 얼룩만 남는다.


봄이 또 질 줄 몰랐고 결국 다시 졌다.


영원이라 믿었던 은빛 안개가 녹아내린다.

새벽의 푸른 숨결 때문이다.
창가의 햇살이 한 뼘씩 짧아진다.

바스러진 잎사귀들이 발밑에서 바스락거린다.
지나간 온기의 증명이다.
상실 속에서도 하늘은 무심히 맑다.
투명한 유리 구슬 같다.
가혹한 침묵이 방을 채운다.


끝내 봄의 마지막 호흡이 졌다.


공기 중의 분홍빛 농도가 옅어진다.
마른 입술 사이로 서글픈 탄식이 새어 나온다.
붙잡지 못한 온기가 손가락 사이로 흩어진다.
눈을 감아도 잔상이 아른거린다.

이제는 완전히 다른 계절의 냄새가 난다.
낯설고 텅 빈 계절이다.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다.


그리하여 봄은 기어이 고개를 숙였다.


찬란했던 불이 꺼진다.
오후의 수돗가에서 물줄기가 튄다.
물줄기가 애틋한 실루엣을 그린다.

시간의 태엽은 멈추지 않는다.
초록의 파도가 밀려온다.
분홍빛 기억들이 빠르게 밀려 나간다.
손바닥에 그 계절의 지문이 남았다.
화상처럼 선명하게 아려온다.


다시 새로운 푸른색이 시작된다.


얼어붙은 침묵의 바닥이 있다.
비장한 눈물이 고인 자리다.
그곳에서 단단한 시작의 씨앗이 숨을 쉰다.
훗날 가장 말간 얼굴로 피어날 씨앗이다.

알게됐다.

바래진 기록을 품는다.
찬란하게 부서질 눈부신 내일을 향해 다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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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초록이 마음에 노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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