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2 20:16•조회 82•댓글 7•하렝 작가♡
《로그인 상태: 익명》
닉네임은 오늘도 바꿨다.
어차피 아무도 기억 못 한다. 나도 나를 기억 못 하니까.
“실력도 없으면서 왜 자꾸 나와?”
“요즘은 아무나 연예인 하네 ㅋㅋ”
“팬들 수준도 알만하다.”
엔터 누르는 순간, 묘하게 심장이 뛴다.
심장이 뛰는 이유는 설렘이 아니라, 존재감이다.
현실에서 나는
회의 시간에 말 한 번 제대로 못 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눈도 못 마주치고,
카톡 답장도 3분 고민하다가 결국 “ㅇㅇ” 보내는 사람이다.
근데 여기서는 다르다.
여기서는 내가 심판이다.
여기서는 내가 평가자다.
여기서는 내가 위에 있다.
솔직히 말하면
그 사람이 싫어서 쓰는 건 아니다.
그 사람이 너무 잘나 보여서다.
웃는 얼굴, 당당한 말투,
“여러분 덕분이에요” 같은 말.
웃기지 마.
난 아무 덕분도 받아본 적 없는데.
사람들은 말한다.
“악플러는 한심하다”고.
맞다.
그래서 더 쓴다.
내가 한심하다는 걸
내가 먼저 증명하면
남이 나를 때릴 자리가 줄어드니까.
이건 방어다.
선공 필승.
가끔은 상상한다.
그 사람이 댓글을 읽고
표정이 굳는 순간을.
그리고 그 상상에
묘하게 안도한다.
“봐라, 너도 상처받지?”
“너도 완벽하지 않지?”
같이 내려오면
덜 외롭잖아.
근데 웃긴 건 말이지.
댓글을 다 쓰고 나면
방은 여전히 조용하다.
내 통장 잔고도 그대로고
내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도 없고
내 하루는 그대로다.
변한 건 하나뿐이다.
알림창에
“회원님의 댓글이 신고되었습니다.”
잠깐 손이 떨린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들킨 것 같아서.
사실은
그 사람이 아니라
내가 나를 보고 있었던 걸.
오늘도 새 계정을 만들었다.
닉네임:
“정의로운팩폭러”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정의도, 팩트도 없다.
다만
말 못 한 말들이
썩어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또 쓴다.
“관종이네 ㅋㅋ”
“곧 망하겠지.”
엔터.
그리고 화면에 비친
검은 모니터 속 내 얼굴이
제일 먼저
나를 비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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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하렝 작가입니다! 이번 소설은 많은분들이 피드백 주신대로 써봤는데요! 악플러들을 저격하는 글, 많이 보셨죠? 하지만 이 소설은 악플러들을 저격하는 사람들의 시점이 아닌 악플러들의 시점입니다. 그럼 앞으로도 잘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