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08 18:00•조회 18•댓글 2•익명 초딩 작가
[지구와의 작별]
2135년 지구의 마지막 여름. 갑자기 이런말을 하면 너무 이상하겠지만, 그건 올해 여름이 될 것이다. 이제 떠날 준비를 해야 했다. 평균 기온 120도의 지구는 인간이 살기에는 너무 가혹한 환경이었으니까. 이 뜨거운 태양 아래서는 서 있기조
차힘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남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래서 떠나기로 했다. 우리의 영원할 것 같았던 푸른 지구를. 그렇게 나는 푸르름은 영원함의 상징이라는 말은 그냥 보기 좋게 꾸며진 말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푸르른 지구도 예외가 될 수는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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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진 여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여름이다. 아니, 여름이었다. 바다에 갈 수 있었으니까. 달달한 과일을 맛볼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지구에서는 모두가 방독면을 벗을 수 있는 유일한 계절이었기 때문에. 솔직히 답답한 방독먼을 벗어던진다는 건생각보다 시원한 일은 아니었다. 탁한 지구의 공기를 체감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으니까. 그래도 방독면을 벗어던지는건 어렸던 나에게는 좋은 경험이었는지, 나는 여름을 좋아하게 되었다. 이유를 딱 특정할 수도 없지만, 그냥 좋았다. 그런데 그런 여름을 망칠 소식. 지구를 떠난다는.
푸르른 여름과 푸르른 지구와 영원한 푸르름의 묘한 불균형. 어차피 모두 사라질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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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를 알려줘]
인조인간. 수도없이 들어봤지만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 단어.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타 행성 특성상 우리는 인조인간까지 모두 타 행성으로 이주시킬 계획을 세웠다. 적어도 처음에는 그게 가능할 거라고 모두가 믿었지만 한편으로는 전혀 믿지 않았다. 그러니까 반신반의였다는 거다. 인조인간 약 50명에 인간 1507명을 한 번에 이주시킨다는 계획은 다름 아닌 천재 과학자류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으니까. 몇몇은 우리가 과학에 대해 뭘 아냐며 체념 비슷한 동의를 했고, 몇몇은 완전히 믿어버렸으며, 몇몇은 불신이라는 단어에 얽매였다. 내 친구였던 황호수도 비슷했다. 황호수가 씩씩거리면서 달아오른 얼굴을 내게 들이밀며 말했다.
"그딴 일이 가능할 리가 없잖아!"
그런데도 지구를 떠나지 말자는 의견을 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건 놀라웠다.내가 이상한 걸까? 어차피 지구는 돌이킬 수 없는 공포의 높에 빠져버린 걸까? 누군가에게 말할 수도, 그렇다고 영원히 묻어두기도 애매한 고민이 점점 많아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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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났다, 오늘]
결국 그날이 찾아왔다. 평생 함께할 것만
같던 푸른 별을 떠나는 날. 그럼 지구는
버려지겠지.
"""""카운트다운 시작합니다.''""
숫자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냥.. 아, 이제 떠나는구나, 라는 체념 비슷한 인정. 그리고 무거운 한 발짝을 내딛었다.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다. 꼬맹이들이 항상 꿈에 그리던 그 우주선이 눈앞에 착륙해있다. 그리고 그걸 타게 될 사람이 다름아닌 우리 가족이라는 게. 믿고 싶지도, 믿기지도 않았다. 하지만 숫자가 작아질수록 내 몸은 우주선에서 덜컹거렸다.
그리고-출발.